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플래터 May 09. 2022

목표는 과감하게, 실행은 린 Lean 하게

"뜨거운 얼음"같은 일을 하는 과정

(...) 창업가들이 이렇게 양분되는 이유는 최소 존속 제품(MVP)과 매력적인 비전이 어떻게 동시에 있을 수 있는가?라는, 린 스타트업 옹호자들이 겪는 근본적인 어려움 때문이다. - [린 분석] 中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들기 VS 어차피 실패하므로 빨리 시도하기


프로덕트에 관한 이야기를 읽거나 듣다 보면 종종 이런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하나는 정말 좋은,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어차피 대부분의 프로덕트는 실패하므로 완벽해지길 고민할 시간에 빠르게 최소한의 제품만 만들어 내놓는 것. 


이야기를 읽거나 듣다 보면 결론적으로 둘 다 맞는 말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당연히 각 주장 또는 조언에는 나름의 배경과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에는 이런 전제가 있다. 

- 시장에 존재하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이 우리 제품만 있는 건 아니다
- 고객은 제품이 정말로 문제를 해결해야 제품을 사용하고, 오래 남는다


반면 "어차피 실패하므로 빨리 최소한의 제품만 만들기"에는 이런 전제가 있다. 

- 시장에 이런 문제가 있다, 그런 문제를 우리 제품이 해결할거라는 생각은 어디까지나 가설이다
- 그리고 대부분의 가설은 다 틀리게 되어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둘은 상충하는 이야기로도 들린다.

 

진짜로 좋은 제품을 만들려면 깊이 학습하고, 깊이 기획해서, 제대로 된 걸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고민은 길어지고 시도 횟수는 줄어든다. 반면 빨리 시도하기 위해선 상대적으로 학습과 기획의 시간은 줄어든다. 그럴싸하지만 이미 남들이 더 잘하고 있다면 굳이 우리 제품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


물론 결론적으로 이 둘은 상충하는 이야기가 아닌, 목표와 방법론의 차이일 뿐이다. 




"린 Lean"의 뜻은 "일단 하고 보자"일까?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배경은 최근 나의 업무 상황과 관련이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사용자의 리텐션 증가를 위해 몇 가지 실험과 제품 설계를 병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애로사항을 겪고 있었다.


1. 리소스 할당 및 진행상황 확인, 조율 등의 교통정리가 쉽지 않았다. 

2. 여러 제품과 실험의 설계, 운영 준비, 그로스 팔로업 등 성질이 다른 업무가 섞이며 효율이 떨어졌다. 

3. 실제로 좋은 제품을 만들고, 고객에게 "Wow!" 하는 경험을 주는 과정인지 확신이 없었다.


첫 번째, 두 번째의 경우 업무 노하우 또는 숙달의 문제이지만, 세 번째는 해야 하는 일이 맞는가? 의 차원이기도 했다. 스스로도 확신이 없는 기획을 하는 것. 제대로 한다는 생각, 고객에게 좋은 걸 준다는 생각보다는 '하기로 했고, 가설과 제품은 논리적으로, 최소 단위로 설계되었으니 이론상 문제없다. 그럼 나머진 모르겠고 일단 해보자'와 같은 마음가짐이 어렴풋이 자리하고 있었다. 관성과 타성이 스며들었다.


어느새 '린 Lean 하게 한다'는 말이 '잘 모르겠고 일단 하고 보자'의 동의어가 되어 있었다.


스타트업의 특성상 (또는 어떤 곳이든..)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 중요한 것은 언제나 많다. 그런데 팀과 개인의 자원과 역량은 늘 한정되어 있다. 이 둘을 합치면 결국 빨리, 그리고 대충 하게 된다. 혹은 일을 기계적으로 쳐내는 식으로 하게 된다. 구성원이 특별히 무책임해서도 아니고, 특별히 무능해서도 아니다. 목표와 자원의 함수가 원래 그렇다. 


많은 걸 빠르게 동시에 하면 자연스레 일을 기계적으로 쳐내게 된다.
특별히 무책임하거나 무능해서가 아니다. 목표와 자원의 함수가 원래 그렇다.


"애자일이요? 린이요? 잘 모르겠고 일정만 쫀다는 거 아닌가요?"

(이미지 출처: https://javascript.plainenglish.io/20-hilarious-memes-for-those-who-have-worked-in-the-agile-framework-e6c17b4d8260




목표는 과감하게, 방법은 린 Lean 하게 

(부제 : 때론 그것이 "뜨거운 얼음" 같은 말이 될지라도...)


이런 상황을 타개한 건, 팀의 스크럼에 참여하는 대표님의 제안 덕분이었다. "우리, 이런저런 자잘한 과제들은 다 잠깐 치워두고, 이번 달에 딱 두 개만 밀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 두 가지를 진짜로 잘해보면 어떨까요? 과감한 숫자로, 높은 눈높이로."


결국 팀은 이번 달에 딱 두 가지의 프로젝트만 남겨두었다. 그리고 대신에 두 과제의 목표치를 높였다. 평소 생각지도 못하던 숫자를 노려보기. 그리고 평소 우러러만 보던 수준의 서비스만큼 만들어보기.


어쩌면 이것이 글의 초두에 고민했던,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과 이를 빠르게 해 보는 것 사이의 균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분명 높은 눈높이로, 제대로 된 제품, 그리고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할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이 결코 '한 번에 완성하기' 또는 '이것저것 동시에 다 하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시작은 린 Lean 할 것이다. 다만 목표가 과감한 만큼, 우리는 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떠올리고, 실험해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애자일한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물론 실제 업무에선 여전히 아리송하다. 머리로 이해했을 뿐, 아직은 익숙하지가 않다. 마치 명상 수업에서, 나의 호흡을 하나하나 느껴보라는 것처럼, 어색하기도 하다. 또는 '뜨거운 얼음' 같은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시행착오와 연습 끝에 언젠가 익숙해질 것이다. 혹은 어쩌면 너무 익숙해지지 않는 게 좋은지도 모르겠다. 이것 마저도 너무 익숙하다면, 그때는 다시 관성과 타성에 젖어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르니까.



P.S.

글을 쓰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해보니 '뜨거운 얼음'이라는 것도 있다고 한다... 과학이란....


함께 읽으면 좋은 글 #그로스 #애자일


매거진의 이전글 그걸 꼭 제품으로 검증해야 할까요?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