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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터 May 23. 2022

잘하고 있나? 자라고 있나?

잘하고 있나? 자라고 있나?


나는 과연 '잘하고 있나?'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이 매거진의 제목처럼, '사수 없는 주니어'라서 더욱 그렇다. 보고 배우는 선례도, 전승되는 지식과 경험도 없이 바닥부터 시작한다. 남들이 이미 다 알고 시작하는 걸 때론 뒤늦게서야 알았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허무함이란. 또는 내가 과연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어서, 그저 땅을 짚고 헤엄을 치는 것 같은 때의 답답함이란. 


그리고 또 어떤 때에는, 자신감과 자격지심이 수시로 교차 반복한다. 무엇인가를 알게 된 것 같던 순간이 지나가면,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할 수 있다'는 생각과 '막막하다'는 생각이 뒤섞인다. 이런 답답한 시기의 한 중간에는, '잘하는 건 고사하고 과연 자라고 있기는 한 건가?'라는 질문마저도 떠오른다.


잘하고 있나? 자라고 있나?


발음의 유사함을 이용한 유치한 말장난 같은, 그러나 실은 무거운 질문.


우리의 삶을 거리를 두고 관망하면, 시간이 지나 뒤돌아보면 우리는 분명 자라나 있다. 그런데 그게 꼭 '지금' 잘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아서, 그 간극이 우릴 종종 괴롭힌다. 

시간을 두고 보면 우리는 분명 '자라고' 있다. 그런데 그게 꼭 특정 시점에 '잘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닌 거 같아서, 그 간극이 우릴 괴롭게 한다



자라고 있다면 그걸로 된 거다


그러다 얼마 전, 한 유튜브 영상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늘 바쁠 거라고 생각하는 일개미들도 대부분은 놀고 있어요. (...) 그러니까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잘하고 있는지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내가 자라고 있다면 계속 다니면 됩니다."


일개미에 대한 우리의 환상과 실상의 차이에 대한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설명. 우리가 매 순간 부지런히 일하며 성과를 낼 거라고 생각하는 일개미도 실은 상당수가 가만히 대기 중이란다. 이를 우리의 회사 생활에 빗대면, 조직에는 지금 잘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게 당연하다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최근 몇 달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이곳저곳에 기고 또는 출간을 하고, 부트캠프에 멘토로도 참여 중이다. 알게 된 걸 나누고, 뒤늦게나마 깨달은 것들도 나누고 있다. 그런 걸 할 수 있을 만큼 자라났음을 실감하고 있다. 그런데 그게 지금 매 순간 '잘하고 있다'와 동의어가 아니라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웠다. 


그러나 일개미의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자라고 있다면 일단 되었다. 배운 게 있다면, 깨달은 게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다면, 나는 분명 자라고 있다. 그거면 우선 된 거다.'



우리의 삶은 과거만큼이나 미래도 중요하니까


생각해보니 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늘 과거와 현재에 관한 이야기다. 이전에 잘했는가? 혹은 지금 잘하고 있는가? 여기에 미래는 없다. 그 누구도 미래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자라고 있나?라는 질문은 현재를 너머 미래를 점치는 이야기가 된다. 여기엔 결과에 관한 이야기는 없지만, 성장은 늘 미래를 기약한다. 그리고 더 높은 곳을 기약한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지나온 과거나 현재만큼이나, 미래 역시 중요하다. 이러나저러나 우리는 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으니까. 아무리 어제와 오늘이 쌓여 내일을 만든다고 하지만, 어제와 오늘은 어쨌든 지나가버렸으니까.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없으니까. 


물론 이상적으로 잘하는 것과 자라는 것은 그리 다르지 않다. 잘하면 그 끝에 배우는 게 있어 자라게 되고, 자라게 되면 배운 걸 이용해 잘하게 된다. 닭과 달걀이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에선, 커리어의 현장에선, 그 둘 사이에 종종 간극이 생긴다. 그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이 사실이 우리를 괴롭힐 때면, 일개미의 이야기와 함께 종종 떠올렸으면 한다. '일단 자라고 있다면 그걸로 된 거다'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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