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큰 사람 없고 혼자 클 수 있는 사람 없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성장과 성공에 기여(해야)한다
1. 몇 년 정도 일을 하다 보니, 어떤 사람들은 자기를 닮은 일을 하거나 혹은 점차 그 일을 닮아가게 되는 것 같다. 전자는 적성을 알고 이를 발휘할 기회를 찾거나 만든 사람, 후자는 깊이 몰입하고 물든 사람.
2. 어떤 식으로든 일과 자신이 서로 닮게 된 사람들은, 참 자기답게 잘 살아간다는 아우라를 풍긴다. 기계적인 방법론이나 기술, 프레임워크로는 배울 수 없는 무언가. 단순히 9-6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쓴다고 만들어지지 않는 무언가.
3. 그렇게 일과 자신이 닮아가며 스스로의 일과 영향력을 만들어갈 때에 자연스러운 브랜딩이자 레퍼런스가 되는 것 같다. 어설프게 떠도는 조언 아닌 조언처럼 기계적으로 어딘가에 글을 쓰고 전자출판을 하는 게 아니라.
4. 그러다 보니 얼마나 큰 예산을 굴렸는가, 연봉이 얼마며 직급이 무엇인가, 누구를 알고 지내는가 하는 것 등은 어쩌면 부차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5. 오히려 그런 걸 자꾸 언급하며 스스로를 뽐내는 사람들은 결코 자기 업 occupation을 만들거나 큰 어른이 되진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많이 버는 노동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상태. 물론 그것 역시 대단한 능력이고 한국은 그 모든 가치보다도 그걸 가장 높게 쳐준다는 것도 알고 있다.
5. 얼마 전 방송에서 직업윤리(work ethic)이라는 말을 들었다. 너무나 드물어서 사전 속에만 남은 줄 알았던 어휘. 그러나 오히려 여기 이 땅을 제외한 제법 많은 곳에서는 이른바 성공한 이들의 주요한 가치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6. 스스로와 서로에게 직업도 윤리도 많이 따지는 이곳에서, 둘을 합친 직업윤리는 여전히 생소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일까. 노인은 많지만 어른은 드물고 상사와 사장님은 많지만 멘토와 선배는 드물다.
7. 나에게 일은 무엇인가 생각해 봤다. 생계는 당연하지만 그것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가능케 하는 몇 안 되는 방안. 그래서 나를 괴롭게도 만들지지만 그래서 더 큰 보람과 기쁨도 가능케 하는 수단.
8. 어제는 연인과 500억이 생기면 무얼 할까 하는 애먼 상상을 해봤다. "서울 곳곳에 아지트를 만들어둘 거야" 같은 시답잖은 농을 던졌지만, 뭐가 됐든 일은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그 사람의 성공이나 성장에 기여해줘야 하지 않을까.
9. 강의와 멘토링을 하면서 그게 정말 큰 보람이자 축복임을 체감했다. 저만 홀로 큰 사람들, 저 혼자 잘난 줄 아는 사람들은 결코 모를 무언가. 나눴기에 받을 수 있는 참 역설적인 무언가.
10. 그래서 앞으로도 이직을 하든 직무를 바꾸든 창업을 하든, 아마도 커리어와 관련된 일을 할 것 같다. 큰돈을 버는 산업이 아니다. 그러나 형과 태, 방식만 다를 뿐 우리는 모두 일을 하고 있다. 그 과정의 애환과 고민에 조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