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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터 Nov 28. 2023

PM 부트캠프에 대한 몇 가지 단상

   감사한 제안들로 벌써 2년 가까이 여러 서비스기획 또는 PM 부트캠프에서 강의, 강연, 그리고 멘토링을 하고 있다. 교육학 전공자도, 혹은 교육 설계 담당자도 아니지만 현업의 경험과 약간의 노하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교육 제품의 일부인 강사로써 활동을 하다 보니, 어깨너머로 부트캠프가 어떤 형태와 흐름으로 운영되고 있고 또 어떤 의도로 그런 요소들을 하고 있는지 어림짐작 가능하기도 하다.


    그런데 단순히 웹/앱 기능을 만드는 설계자가 아닌, 고객의 문제를 발굴 및 정의하고 해결하며 이 과정을 가설-검증 또는 배포-측정-학습의 사이클로 일하는 마인드셋을 내재화한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부트캠프를 보다 보면 몇 가지 궁금한 부분이 생긴다. 그래서 그간 강사나 멘토 혹은 제3자로서 참여하거나 멀리서 지켜본 PM 부트캠프에 대한 몇 가지 궁금증을 적어보았다.


1. 부트캠프가 그리는 '고객의 성공한 모습'은 무엇일까?


   단순 욕구를 충족하는 목적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제품과 서비스는 고객의 성공 혹은 성장에 기여한다.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이 된다는 뜻이고, 더 나은 상황이란 결국 성공 혹은 성장이니까. 그리고 그것이 제품과 서비스가 궁극적으로 제공하는 가치이고, 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기능과 정책, 운영과 마케팅 등을 일치시킨다. 일치된 그 모습이 브랜드고, 고객에게 제공되는 일관된 경험이다. 


   그래서 제품과 서비스의 설계에선 고객이 성공한 모습을 무엇으로 정의하는지, 고객이 어떤 모습이 되게 하고자 하는지가 중요하다. 그게 시작이자 끝이니까.  

   

   그렇다면 PM 부트캠프는 고객의 성공한 모습을 무엇으로 정의하고 있을까? 단순한 정보나 지식의 증가? 무언가를 배웠다는 느낌? 그럴싸한 포트폴리오 몇 장? 수료증의 획득? 


   조금 거칠게 표현하면, KDT 등의 정부지원사업 덕분에 이른바 '돈 나올 곳이 거의 확정된' 부트캠프 혹은 이에 준하는 강의가 우후죽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고객의 성공한 모습을 정의하고 그것을 위해 치열하게 정렬된 교육과 경험을 제공하는 곳은 상대적으로 드문 것 같다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2. 고객 학습의 주기를 어떻게 가져가고 있고 이를 어떻게 제품에 반영하고 있을까?


   린스타트업에서 이야기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MVP를 출시 후 고객을 만나 측정하여 이를 토대로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다시 수정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고객 학습의 주기는 짧고 빈도가 높을수록 고객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더 많은 가설을 검증하게 되고, 이를 토대로 성공의 확률이 높아진다. 이른바 애자일 하게 움직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부트캠프는 고객 학습의 주기와 빈도를 어떻게 가져가고 있고, 이 결과를 어떻게 제품에 반영하고 있을까? 이 질문이 떠오른 이유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강의 커리큘럼을 '완성된 무언가'로 취급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아서다. 


   지난여름 4주간 베타 테스트로 PM 관련 교육을 테스트해 봤다. 매 순간이 가설과 달랐고, 그래서 주 단위로 커리큘럼을 다시 수정하며 반응을 확인했다. 수강생 역시 자신들의 피드백에 맞춰 그렇게 변화하는 커리큘럼과 방식 자체에 대해 굉장히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커리큘럼 역시 제품의 일부로서 가설과 학습에 따라 변화해야 하는 대상이며, 부트캠프가 모두 끝나고 나서가 아닌 매 일, 매주 단위로도 개선될 수 있어야 하는 대상임을 체감했다.


   그런데 과연 부트캠프 또는 강의에서 고객의 반응과 학습, 가설에 따라 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까? 외주 용병식으로 모집한 강사는 과연 그런 이해나 역량, 혹은 동기가 있을까?

   

3. 왜 강사를 용병으로 쓰는 걸까?


   대부분의 부트캠프에서 교육을 설계한 기획자, 운영 담당자, 강사, 멘토, 취업 컨설턴트 등이 분리된다. 기획은 A 담당자가 했지만 현장을 운영하는 건 B 담당자고, 기획은 A가 했지만 실제로 커리큘럼은 강사인 C가 다시 재설계하며, 수업 이후 과정에서 과제 피드백을 하는 건 다시 멘토 D이고 이를 토대로 취업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건 컨설턴트 E가 담당한다. 


   매끈하게 분리된 듯한 이 경험은 그러나 몇 가지 의문을 자아낸다.


   첫 째, 기획자와 강사가 분리되어 의도대로 제품이 만들어지지 않는데 어떻게 가설이 검증되는 걸까? A와 B는 내용을 모르니 온전히 강사 C에게 맡긴다. 의도는 이러이러했지만 강사 C가 무엇을 어떻게 전달하는지, 과연 가설과 의도에 맞게 그 수준과 범위, 구성이 되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둘째, 정보가 투명하지 않은데 어떻게 고객 학습과 수정을 통한 가설검증이 가능한 걸까? 고객의 반응에 맞춰 수정되어야 할 것은 운영 노하우뿐만 아니라 교육 내용과 방법 역시 마찬가지인데, 강의에 대한 피드백 또는 관련 정보가 부분 통제된다. 강사가 외부 용병이기 때문이다. 그럼 대체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강의에 다시 반영할 수 있는 걸까? 


   셋째, 외부 용병식으로 들어온 시간제 강사가 과연 고객의 반응과 학습을 토대로 커리큘럼이라는 제품을 지속 개선하고 수정하며 다시 가설을 검증하고자 하는 동기가 있을까? 제품의 성공이 강사의 성공과 괴리된 이상 그럴 동기가 없지 않을까? 이러나저러나 시간당 강의료는 주어질 것을. 어차피 본업이 따로 있는 사람인 것을.


   그렇다면 왜 부트캠프는 강사를 외부 용병을 고용하는 식으로 충당하는 걸까? (이건 정말로 순수한 호기심에 가깝다)


4. 정말로 고객의 성공을 바라고 있을까?


   가장 민감한 질문. 부트캠프는 정말로 고객의 성공을 바라고 있을까? 그것이 무엇인지도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았다면 그걸 바랄 수는 있을까?


   예컨대 채용까지 이어주겠다, 혹은 그 확률을 압도적으로 높여주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는 캠프라면 이른바 '신입은 PM이 되기 어렵다'는 난제를 어떻게 우회하거나 해결하고 있을까? 그게 정말 몇 주 간의 수업과 포트폴리오 하나로 되는 일이 아님을 안다면, 그렇지만 정말로 바라는 일이 맞다면, 고객의 성공을 위해 어떤 접근을 해야 할지는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데 어째서 데스크 리서치만으로 커리큘럼 초안이 작성되는 걸까? 왜 저마다 소구점은 다른데도 강의의 커리큘럼은 천편일률적으로 동일한 걸까? 이러한 커리큘럼이 너무나 본질이기 때문일까 혹은 약방에 감초처럼 쓴 것은 아닌가? (혹은 그저 시장에 커리큘럼을 같이 고민하고 제공할 현업자가 아직은 부족한 것일까?) 




대강 이러한 주제넘은 고민을 안고 내년 초에 진행할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주어진 시간 내에 강의만 하고 가는 역할까지만 제안을 받았기에 이런 고민이 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후로는 단순히 강의자 너머, 기획자이자 교육 제품의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큰 틀을 논의하고 설계하고, 정말로 고객의 성공과 성장에 기여하는 부트캠프를 만들어가는 일을 해보고 싶다. 적어도 그게 내가 지금 회사에서 PM으로 일하며 배운 제품과 서비스, 고객을 대하는 마음가짐이자 방법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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