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처음으로 책을 냈습니다. 프로덕트 매니저 취업이나 직무 전환을 희망하는 대학생과 저연차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개론서입니다. 햇수로 8년째 이런저런 글을 읽고 또 쓰고 있으니 제 인생의 첫 책은 분명 수필집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직무와 관련한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인생은 언제나 추측과는 다른가 봅니다.
출간 제안을 받을 때만 해도 제가 이런 주제로 글을 써도 되는가 수십 번은 고민했습니다. 찾아보니 이 업을 일찍이 하신 전문가분들의 책이 앞서 나와 버티고 있었거든요. 이름난 조직, 뛰어난 성과, 오래된 연차 앞에서 저는 직무의 이름만 동일할 뿐 무엇 하나 나아 보이는 게 없었습니다.
제안을 받아들인 후에도 한동안 망설였습니다. 스스로도 이 업에 확신이 없는데 책을 써도 되나 싶어서요. 당시의 저는 직장인이라면 으레 누구나 그러한 만큼, 그러나 저만의 맥락으로 수시로 불안과 고민에 빠져들곤 했습니다. 그런 제가 스스로의 글과 생각에 책임질 수 있는가, 저는과연 일과 생활에서 스스로와 주변에 떳떳한가 자문했습니다. 그런 날엔 원고를 한 글자도 적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일하며 배운 관점 덕분이었습니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제품은 없음을, 제품이란 완벽해서 팔리는 게 아님을, 부족한 제품임에도 누군가는 좋아함을 배웠으니까요.
결국 모든 건 '관점'의 문제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배운 것도, 용기를 갖게 된 계기도, 이 일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도 모두 프로덕트 매니저로서의 '관점'이었습니다. 도구와 스킬은 바뀌거나 사라집니다. 관점은 축적되고 관통합니다. 오래갑니다.
책에는 그런 관점을 조금이나마 맛본 입장에서 적은 뒤늦은 깨달음과 반성, 시행착오의 흔적이 담겨있습니다. 누구도 선례를 보여주지 않아 막막하던 시절의 스스로를 떠올리며 적었습니다. 책의 첫 번째 독자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제 자신이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얼마 전 2쇄를 내었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찾아보니 시기와 자리만 다를 뿐 과거의 저와 그리 다르지 않은 분들의 고충과 따뜻한 후기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일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스스로가 언제 어디에서 빛을 내는 사람인지 확신하지 못하지만, 뒤를 돌아보고 글을 쓰는 일 만큼은 계속해도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두서없는 글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