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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가 흐릿할 때, 점검해봐야 할 다섯 가지 질문

나의 기획을 뾰족하게 만들어주는 노하우

by 플래터

당신의 아이디어는 분명한가요?


서비스 기획자, PM/PO로 일하다 보면 하루에도 여러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무엇을 해볼지, 무엇을 수정하거나 혹은 없애야 할지 등등.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의 대부분은 초기에 실체가 막연하거나 흐릿하곤 합니다.

‘좋은 생각 같긴 한데, 뭐가 좋은 거지?’
‘누가 쓸지는 모르겠지만 나만큼 좋아할 거야!’

만약 나와 팀의 아이디어가 이런 상태라면 잠시 멈추고, 아래 다섯 가지 질문을 차분히 던져보길 추천합니다.


1. 이 아이디어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모든 서비스와 콘텐츠는 누군가를 위한 것입니다. 그 누군가가 명확하지 않다면, 방향도 정해지지 않습니다. 예컨대 ‘직장인을 위한 스트레스 해소 앱’을 떠올렸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 ‘직장인’은 하루 15시간 일하는 스타트업 개발자인가요? 아니면 경력 10년 차의 중간 관리자일까요? 또는 노동 시간은 길지 않지만 대인관계 부적응으로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신입인가요?

누구를 위해 만든다는 말은 그들이 처한 상황과 배경, 맥락 등을 함께 떠올리고 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누구'가 분명할수록 서비스의 초기 방향과 핵심 기능은 분명해지고 또 일목요연해집니다.


Tip. 하나의 아이디어에는 하나의 타깃을. 특히 초기 단계에서는 핵심 타깃이 여럿일수록 제품의 방향과 정체성은 불분명해집니다.


2. 그들은 지금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가?


아이디여의 타깃이 분명해졌다면, 다음은 그들이 겪는 Pain Point를 정리할 차례입니다. 모든 서비스는 문제 해결로부터 시작되니까요.


앞선 예에서 중간 관리자 직장인을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그럼 이들이 겪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그들을 괴롭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것의 실체는 무엇인가요? 예컨대 '스트레스'라는 것도 '팀원이 퇴사해서 리더십에 자신감을 잃은 것'일 수도 있고, '퇴근 후에도 슬랙 알림이 울려서 휴식이 어렵다'는 점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명확한 피드백이 없어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업무가 넘쳐난다'는 것일 수도 있고요.

제품과 서비스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제공하는 수단입니다. 문제가 모호하면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고객이 경험하는 문제의 실체를 파악하고 정의하는 데서 아이디어는 구체화됩니다.


Tip. 타깃 고객과 마찬가지로 pain point 역시 해당 고객이 경험하는 가장 중요한(큰) 문제를 선택하길 추천합니다. 해결하는 문제의 크기가 클수록 고객은 제품/서비스를 사랑하고, 그 대가를 지불할 테니까요.


3. 그래서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자 하는가?


문제를 해결하면 고객의 삶엔 변화가 생깁니다. Before가 어떤 문제를 경험하는 상태였다면 After는 그 문제가 해결된 상태 혹은 모습입니다. 그 변화 혹은 Before와 After 사이의 간극이 곧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입니다. 그리고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건 단편적인 기능이나 편리함, 혹은 메시지나 느낌이 아닌 바로 이 가치의 총합입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아이디어에는 우리의 제품 또는 서비스가 고객에게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 궁극적으로 고객이 어떤 상태가 되길 기대하는지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기능과 정책, UX/UI는 은 언제나 그다음입니다.


예컨대 '슬랙 알림을 자동으로 잠그는 앱'은 기능을 제안합니다. 그런데 대개의 기능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고 이 외에도 다양한 기능이 존재합니다. 반면 '퇴근 후 더 이상 업무를 신경 쓰지 않고 마음의 평온를 찾는 시간'은 가치를 제안합니다. 고객이 어떠한 상태가 되는지 서술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은 단순히 알림을 잠그는 것에 그치진 않습니다. 가치가 분명할수록 오히려 더 다양하고 적합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고객이 아이디어를 통해 어떤 모습이 되길 바라는지 혹은 되어야 하는지 정리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가치란 기능의 합이 아니라, 고객의 변화입니다.


Tip. 가치가 모호하게 느껴질 땐 고객의 Before와 After를 비교해 보세요.


4. 이를 위한 핵심 기능은 무엇인가?


아이디어를 실체로 만들기 위해선 ‘알맹이’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UX/UI, 정책과 로직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 알맹이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Lean, MVP를 고려하는 이유는 알맹이처럼 보이는 수많은 기능과 정책 중 '진짜 알맹이', 즉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기능을 정의하고 정리하기 위함이고요.


예를 들어, ‘불면증에 시달리는 직장인을 위한 콘텐츠 앱’이라면 핵심 기능은 무엇일까요? 저녁마다 맞춤 콘텐츠를 자동 추천한다거나, 콘텐츠를 끝까지 보면 명상 알람으로 연결한다거나, 하루 감정일기를 남기면 추천 콘텐츠가 달라지는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중 어느 기능이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제공하는지는 확답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부턴 확률의 영역, 검증해야 할 가설의 영역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타깃이 누구고 그들이 경험하는 문제가 무엇이며 그러므로 제공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불분명한 상태로 떠올린 아이디어라면 문제를 해결할 확률은 분명 낮을 겁니다. 설령 해결하더라도 어쩌다 얻어걸린 것에 지나지 않을 테고요.

모든 기능은 고객의 문제 해결과 가치 제공에 기여해야 합니다. 고객의 Pain Point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 기능은 기획자의 만족을 위한 것일 수 있습니다.


Tip. 그럼에도 아이디어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면 더 적은 비용과 공수로 더 빠르게 실험하는 시도를 해보길 추천합니다. 인생에도 프로덕트에도 삼진아웃은 없습니다. 명확하게 응시하고 올바른 자세로 휘두른다면, 휘두르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점수를 낼 확률은 올라갈 겁니다.


5. 이 아이디어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때로는 경쟁자들과 나를 구분 짓는 차별점이 필요합니다. 비슷한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는 이미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직장인 스트레스 관리’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명상 앱, 뇌파측정 웨어러블, 유튜브 채널 등 이미 여러 솔루션이 존재합니다. 앱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더하거나 덜어낼 수 있을까요? 차별점은 반드시 무언가를 더하는 데에만 있지는 않습니다. 본질이 아닌 것을 덜어내고 본질만 남겨 그 수준 혹은 강도나 빈도를 높이는 것도 차별화를 위한 전략입니다. 때론 이런저런 온갖 재료를 넣은 떡볶이 사이에서 오로지 밀떡과 오뎅만으로 오랜 시간 은근하게 끓여낸 시장 떡볶이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처럼요.


서사를 부여하는 것 역시 차별화를 위한 전략이 됩니다. 사람들은 때때로 제품이 아니라 이야기를 삽니다. 왜 이런 제품을 만들었는가, 그간의 과정은 어떠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만들었는가 등 스토리(서사)를 적극 드러낸 브랜드가 사랑을 받습니다.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콘텐츠를 만든 당신의 배경과 경험, 관점과 관심 모두 차별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브랜드의 톤 앤 매너에 맞게 적절히 풀어내기만 한다면요.


물론 이는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기능 하나를 만드는데 서사를 부여하기엔 과할 테고요. 다만 차별점이 반드시 무언가를 '더' 제공하는 데에 있지는 않음을 명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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