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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와 PM/PO게 필요한 다섯 가지 사고방식

중요한 건 아이디어 너머 사고방식

by 플래터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좋은 아이디어’ 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아이디어가 정말로 고객에게 가치 있는 제품 또는 서비스로 전환되기 위해선,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고객을 이해하고, 비즈니스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여러 가지 관점 혹은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때 꼭 필요한 다섯 가지 사고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1. 가설-검증 기반의 사고: “내가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가?”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곧 수많은 ‘추측’을 바탕으로 시작하는 일입니다. 어떤 기획도 100% 정답임을 확답할 수 없으니까요. 문제는 그 추측들이 대체로 틀린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기획자일수록 '아이디어 뒤에 숨은 나의 가설은 무엇인가', '내가 지금 확인해야 할 핵심 가설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집니다.

예컨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서비스를 상상하며 '퇴근 후 듣기 좋은 1시간 이내의 강의를 제공하면 어떨까?' 같은 아이디어를 던졌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럼 이 뒤에 숨은 가설은 '직장인은 퇴근 후 1시간짜리 짧은 온라인 강의를 선호할 것이다'일 겁니다. 하지만 막상 설문을 돌려보니,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짧고 가벼운 강의는 오히려 집중이 안 된다’고 답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퇴근 후 대신 출퇴근길에 듣고 싶다'라고 답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현실은 언제나 나의 추측, 가설과 다릅니다. 따라서 기획자 또는 PM/PO의 핵심은 단순히 멋지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의 가설은 무엇인가, 확인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부터 검증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까를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2. 고객 중심의 사고: “이게 진짜 고객에게 필요한가


처음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다 보면 종종 빠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멋져 보이는 기능' 혹은 기획자로서의 팀과 조직의 목표에만 집중하는 것이죠. 하지만 아무리 멋지고 잘 만든 서비스라도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쓸모가 없습니다. 애초에 제품과 서비스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엔 '직장인 독서모임 플랫폼'을 만든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다양한 관심사 기반으로 책을 추천하고, 토론을 매칭해 주는 기능까지 넣었습니다. 그러나 사용이 저조합니다. 이유를 알고자 실제 직장인 대상 인터뷰를 하니, 핵심 고객이 원하는 건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일 수 있게 도와주는 동기부여’라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멋진 기능임에도 고객의 문제와 무관해 선택받지 못했음을 깨닫습니다.


혹은 도서 홍보 및 판매 연계를 통해 수수료로 추가 매출을 내기로 결정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경우 고객에게는 무엇이 이로울까요? 고객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수수료 구조의 추가 매출이하는 조직의 목표는 있지만 여기에 고객은 없습니다. 이 기능이 사랑받을 확률은 낮을 겁니다.

항상 자문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걸 하면 고객에게 뭐가 좋은가?” 제품은 기능의 합이 아닌 가치의 총합이고, 가치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때에 생겨납니다.


3. 비즈니스 관점의 사고: “우리는 무엇을 얻는가?"


제품과 서비스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나 고객에게만 좋은 서비스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긴 어렵습니다. 서비스가 지속되려면 고객에게 가치를 주는 동시에, 우리도 무언가를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매출 혹은 이에 상응하는 무언가-데이터, 트래픽 등. 그게 바로 비즈니스적 사고의 핵심입니다.

무료로 커리어 코칭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고객 입장에선 너무 좋은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플랫폼 입장에선 인건비와 운영비가 계속 발생하고, 수익은 나지 않습니다. 곧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서비스가 되고 말 겁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는 이유, 리텐션과 전환율, 객단가 혹은 ARPPU와 ROI, CAC, LTV 등을 따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이건 사업이니까요. 고객에게 좋음으로써 비즈니스에도 좋아야 합니다.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 우리는 어떤 성과를 얻는가? 이 둘이 맞물려야 서비스는 유지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4. Lean 사고방식: “딱 필요한 만큼만, 빠르게 움직이자"


맨 처음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운영, 마케팅, 사업개발, 디자인 등 각자의 요구사항과 아이디어가 넘쳐났습니다. 결국 제 첫 제품은 '욕망의 집합체'가 되어 이도 저도 아닌 제품이 되었습니다. 돈과 시간은 예상보다 곱절로 들었고요.


이런 일어난 가장 큰 이유는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을 만들려 했기 때문입니다. 너무 많은 기능을 만들었고, 너무 많은 정책과 로직을 고려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시장에서 예상만큼 먹히지 않습니다. 아무리 엄밀히 오래 조사하고 또 기획했더라도 가설이었을뿐이니까요. 그렇다면 처음부터 거창하게 만들 이유가 있을까요?

Lean 사고란, 지금 당장 검증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만들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속도와 유연성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필요한 만큼만 만들기 위해선 앞서 살펴본 가설과 고객의 가치, 비즈니스의 목표가 명확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꼭 필요한 게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으니까요.


5. Agile 사고방식: “처음엔 부족하지만, 점점 나아진다”


Lean 하게 시작하면 당연히 처음에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서비스도 허술해 보이고, 고객 반응도 갈립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처음부터 완벽함’이 아니라, 반복을 통해 점점 나아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소비자로서 애용하는 서비스는 대개 너무나 편리하고 자연스러운 UX/UI를 제공하고, 사소한 세부사항까지 놓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 역시 처음에는 어딘가 엉성하고 볼품없었습니다. 토스는 송금 기능 하나만 달랑 있었을 뿐이었고, 무신사는 커머스가 아닌 커뮤니티 게시판이었습니다. 시작은 달랐고, 부족했고, 엉성하고 초라했습니다. 이를 꾸준히 개선해 나간 결과가 지금 우리가 보는 서비스의 모습입니다.


Agile은 결국 명확한 가설을 바탕으로 최소 단위로 실행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구조 혹은 방법론이자, 완벽함에 대한 고집 대신 빠르고 꾸준한 개선을 택하겠다는 철학이자 마음가짐입니다. 기획-실행-피드백-개선을 짧은 주기로 반복할수록, 서비스는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처럼 성장하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중요한 건 아이디어 너머의 사고방식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든다는 건 결국 ‘문제를 정의하고, 그걸 풀어나가는’ 일입니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작할 수도 있지만, 핵심은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검증하고, 어떻게 고객에게 가치를 전하며, 어떻게 지속 가능한 구조로 풀어내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이 다섯 가지 사고방식은 모든 창업자, 기획자, 혹은 자기만의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무기입니다.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것에 이 다섯 가지 관점이 녹아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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