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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은 기획자일까? 사업가일까?

PM의 본질은 기획이 아니다

by 플래터

PM = 웹/앱 기획 및 관리자?


PM에 대한 정의는 다양합니다. 회사마다, 산업마다, 심지어 같은 회사 안에서도 시기에 따라 PM의 역할과 기대치는 달라집니다. 그래서 지금도 업계에서는 ‘서비스 기획자’, ‘PM’, ‘PO’, ‘PMO’ 등 다양한 명칭과 역할을 두고 끊임없이 이야기가 오갑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생각도 듭니다. '그게 그렇게까지 중요할까?'


온라인 혁신 이후, 대부분의 제품과 서비스는 웹/앱을 통해 유통됩니다. 그래서 PM은 ‘웹/앱을 기획하는 사람’, ‘개발자와 디자이너 사이에서 조율하는 사람’처럼 여겨지곤 합니다. 그러나 언제나 웹/앱이 곧 제품 또는 서비스인 건 아닙니다. 반대로 웹/앱이 아니라고 해서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미 시중에는 웹/앱이 아닌 형태의, 그러나 엄연히 자사의 제품이자 서비스를 다루는 직책을 프로덕트 매니저 또는 프로덕트 오너라는 이름으로 채용하는 조직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웹/앱의 정책을 설계하고,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개발자와 디자이너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PM의 역할의 전부도 아니게 됩니다.


와이즐리_프로덕트 매니저.png 와이즐리의 프로덕트 매니저 채용공고. 웹/앱 기획 및 관리가 역할이 아니다. 출처: https://team.wiselycompany.com/product-manager



PM은 기능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PM의 역할은 단순히 정책을 설계하고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커뮤니케이션을 매끄럽게 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건, 무엇을 만들지, 왜 만들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진짜 문제인지, 그걸 풀었을 때 고객은 어떤 가치를 느낄지를 고민하고 제안하고 설득하는 역할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PM을 '다른 누구보다 먼저 그리고 더 자주 고객을 이해하는 역할 혹은 직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제품과 서비스는 홀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고객이 있어야 합니다. 고객이 만족해야 하고, 고객이 찾아줘야 하고, 고객이 돈을 내야 제품과 서비스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기능이나 정책을 만들고 프로젝트를 관리한다는 건 그래서 때로 부수적입니다. 고객에 대한 이해와 학습이 없다면요.


PM은 사업가와 무엇이 다를까?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 보면 결국 PM이 사업가와 다를 건 무엇인가 싶기도 합니다. 고객을 이해하고, 고객을 창출하거나 발굴하고, 고객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 사업의 핵심이니까요. 인사, 총무, 재무, 법무, 영업, 사업개발, 마케팅, 브랜딩, PR, 엔지니어링, 디자인, 데이터 등등의 업무는 모두 이 과정에 필요한 업무 중 일부일 뿐입니다. 제품과 고객이 없다면 그 무엇도 불충분합니다.


결국 PM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관리함으로써 고객을 만족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고, 바꿔 말해 고객을 이해하고 만족시키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는 사업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PM은 min-CEO다”라는 말 역시 이런 맥락에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인을 설립하거나 투자 유치를 하지 않아도, PM으로서 내리는 결정이 제품과 사업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 모든 의사결정과 고객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이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꽤 현실적인 조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기획서보다 먼저 필요한 건 고객 학습


그간 여러 부트캠프나 강의, 강연에서 PM/PO 취업 혹은 직무전환을 희망하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상당수 많은 분들이 개발 및 디자인 용어를 배우고, 데이터 도구를 다루고, 여러 개념과 프레임워크를 배우며, 좋은 기획자 혹은 PM/PO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중에서 고객을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업무나 역할이 고객 이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고 이를 적극 실천으로 옮긴 분들은 소수였습니다. 대개는 기능 설계자, 정책 설계자, 프로젝트 매니저에 머물러있었습니다.


이것이 비단 취준생 및 직무 전환 희망자분들의 탓은 아닐 겁니다. 대부분의 강의가 그렇게 설계된 탓도 있고, 애초에 실무에서도 조직이 커지면 커질수록 PM 혹은 PO는 고객과 멀어지는 탓도 있습니다. 설문이나 인터뷰, 테스트, 분석 등을 다른 부서나 다른 직무에 의존하게 될 수밖에 없고, 이를 받아 든 뒤 책상에 앉아 말과 글을 논리적으로 짜 맞추는 것이 기획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조직도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을 위해서",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말로 기획서는 시작되지만, 진짜로 시장에 나가 고객을 발굴하고, 고객이 이야기하는 미충족 수요와 우리 제품을 통해 체감하는 '와우 포인트'는 무엇인지,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 사용을 둘러싼 고객의 맥락은 어떠한지 이해하는 기회나 의지는 점차 줄어듭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든 제품을 만드는 이유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며 이는 애초에 사업의 전제 혹은 목적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PM 역시 기능 설계자나 프로젝트 관리자 너머 사업가의 관점으로서 고객의 문제를 발굴하고, 이해하고, 정의하고 선택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반대로 지금 있는 자리에서 어떤 역할이나 업무를 맡고 있든, 지금 하는 일과 프로젝트에서 고객 학습과 이해를 토대로 제품과 서비스에 작은 제안이라도 하고 있다면, 얼마든지 PM/PO의 여정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있다고도 생각합니다. PM/PO로서의 여정의 시작은 웹/앱을 설계하고 기획하는 것이 아닌, 고객 학습에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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