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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PO가 알아야 할 기획의 본질, 고객 학습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왜

by 플래터

고객은 언제나 조용히 떠난다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 일이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잊어버리게 될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분명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남는 건 내 성과, 내 이해관계, 그리고 내가 쌓아야 할 실적뿐이 됩니다. 그래서 회의실 안에서는 구조가 어떻고, 이론이 어떻고, 업계 트렌드가 어떻다는 말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고객은 그 자리에서 빠져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고객에게는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랑 무슨 상관이죠?” 차라리 이렇게라도 물어주면 다행입니다. 많은 경우 고객은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은 채 그저 조용히 떠나버립니다. 우리가 아무리 멋진 전략과 전술을 이야기하더라도, 고객이 체감하지 못하면 의미 없는 소음일 뿐입니다. 결국 고객이 빠진 논리는 설득력이 없고, 그 결과는 매출이나 지표에서 냉정하게 드러나곤 합니다.


고객중심은 친절의 과잉이 아니다


‘고객중심’이라는 말을 들으면 일부는 고객의 말이라면 무조건 들어주고, 때로는 불합리한 요구조차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오해에 가깝습니다. 고객 중심이란 친절의 과잉이나 희생적인 태도를 뜻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내가 누구에게 팔고 있는지, 그들은 왜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지, 그래서 내가 진짜 제공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일입니다.


결국 고객중심이란 방향을 제대로 잡는 문제입니다. 고객의 요청을 곧이곧대로 따르는 게 아니라, 그 속에 숨어 있는 맥락과 동기를 읽어내야 합니다. 고객이 제안하는 솔루션은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의 예시에 불과합니다. 그것을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고객이 원하는 경험과 우리가 달성해야 할 비즈니스 목표가 맞물리게 됩니다.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왜


고객 중심이라는 말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선택의 연속입니다. 수많은 사람 중 누구를 대상으로 삼을지, 그들에게서 무엇을 알아낼지, 또 그 과정을 통해 얻은 통찰을 제품과 서비스에 어떻게 녹여낼지가 늘 문제로 남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 끝에 고객이 진짜로 느끼게 될 가치는 무엇일지를 끝없이 물어야 합니다.


이 질문이 빠진 기획은 결국 공허한 논리로 흐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에서 보면 기획안은 멀쩡해 보이지만, 고객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제품은 그저 ‘만들어진 것’ 일뿐, 고객의 문제를 풀어주는 도구가 되지는 못합니다. 결국 고객중심이란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왜”라는 질문을 집요하게 붙잡는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실패로 배운 교훈


저 역시 이 원칙을 몰랐기에 첫 번째 서비스를 실패로 끝냈습니다. 그럴듯한 전략과 기획은 있었지만, 고객의 문제를 담지 못한 서비스는 결국 껍데기만 남았습니다. 당시에는 논리와 근거가 충분하다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고객의 관점이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든 서비스는 누구에게도 필요하지 않은 제품으로 남았습니다.


지금도 현장에서 자신만의 환상에 갇혀 ‘긍정 회로’를 돌리고 있는 사람들을 종종 만납니다. 하지만 그들을 탓할 수만은 없습니다. 저 역시 의식하지 않으면 언제든 같은 함정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획과 논리는 언제나 매력적인 무기처럼 보이지만, 고객이 빠져버리면 그것은 공허한 몽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다시, 고객 학습으로


그래서 요즘은 고객 학습 혹은 '고객 개발(Customer Development)’이라는 개념을 다시 떠올립니다. 이는 단순히 이론이 아니라, 매번 되새기고 훈련해야 하는 태도나 가치관, 혹은 조직 문화에 가깝습니다. 고객을 직접 만나 묻고,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고,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과정이 반복되어야만 진짜로 고객 중심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올 가을 오픈을 목표로 준비 중인 PM/PO 강의에서도 이 주제를 함께 다루려 합니다.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 역시 스스로 돌아보게 되고, 더 배워야 할 부분을 발견하게 됩니다. 고객 중심은 결코 정답을 찾는 순간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통해 다시 길을 찾아가는 끝없는 과정임을 다시금 느낍니다. 그래서 이번 강의는 제게도 또 하나의 배움이자 실험이 될 것 같다는 기대와 함께 글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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