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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터 Feb 14. 2022

데이터도 없이 개선하려 한 어느 서비스에 대하여

어느 서비스 기획자의 뒤늦은 회고 (2)


위의 글에 이어서 쓰는 글이다.



데이터가 없다면 그로스growth 할 수 없다


서비스의 현재(AS-IS)를 파악하고, 과거와 현재의 추이를 파악하고, 나아가려는 목표(TO-BE)와 실행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은 모두 숫자, 데이터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데이터가 한정적이다. 양과 질이 아쉽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취급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 


지역의 오래된 이발소, 빵가게, 혹은 힙한 디저트 가게에 방문해 물어보라. 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갖고 계시냐고. 오랜 관찰과 경험을 통한 '감'이 전부다. 혹은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 들려 물어보라. 혹시 오프라인에서의 고객 데이터를 갖고 계시냐고. CCTV가 전부일지 모른다. 


내가 서비스 기획과 프로덕트 성장을 처음 담당한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부동산을 개발해 코리빙, 코워킹, 창업 공간 등으로 임대하던 회사였고, 이 모든 일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졌다. 웹에서 B2C 서비스를 판매했지만, 매출 정보 외에는 서비스의 성장 추이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 데이터의 중요도를 알지 못했고, 중요하다고 한들 어떻게 적용하고 다뤄야 할지 알지 못했다.


온라인 서비스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그로스 growth를 위한 가설-검증, A/B테스트, 데이터 분석 같은 이야기는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였다. 


서비스의 현재(AS-IS)를 파악하고, 과거와 현재의 추이를 파악하고, 나아가려는 목표(TO-BE)와 실행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은 모두 숫자, 데이터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어떤 숫자도 제대로 수집, 관리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 무엇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어떤 숫자도 제대로 수집, 관리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 무엇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데이터가 문제였을까?  


그런데 정말 데이터가 문제였을까?


애초에 데이터란 무언인가? 그건 대형 커머스, 금융, OTT 서비스와 같이 데이터 사이언스와 분석 업무를 필요로 하는 빅데이터를 이야기 하나? 혹은 웹 페이지의 전환율/이탈률과 체류 시간 등을 의미하나? 혹은 매출 추이를 이야기 하나? 또는 고객의 만족도와 후기를 이야기 하나?


결국 우리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건, 확인하고 싶은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가설을 세웠고, 그 결과를 보고 싶기 때문이다. 알지 못하는 게 있는데, 그걸 알고 싶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내가 알고 싶은 것을 알게 해 줄 수 있는 정보일 뿐이다. 그러므로 무엇을 알고 싶은지가 우선이며, 그걸 기록하고 취급하는 기술과 도구는 그다음의 문제다. 


 무엇을 알고 싶은지가 우선이며,
그걸 기록하고 취급하는 기술과 도구는 그다음의 문제다. 


가령 신규 서비스를 론칭해서 운영하던 때에, 우리는 이러한 고민을 갖고 있었다.


1. 어떤 사람들이 우리 서비스를 구매하나? 우리의 소비자 페르소나는 무엇인가?

2. 이들은 우리 서비스를 보통 몇 개월이나 이용하나?

3. 이들은 어떤 이유로 우리 서비스를 구매했나? 무엇을 기대하나? 

4. 이들이 서비스 이용을 그만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대와 설렘을 안고 론칭한 서비스는 기대만큼의 성장세를 이루지 못했고, 우리는 종종 그 이유를 궁금해했다. 그리고 당시 웹 서비스를 구현한 도구나, 우리의 스프레드 시트가 이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오프라인 비즈니스 특성상 여러 지표를 엄밀하게 기록, 관리, 분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도 했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알고 싶은 내용이 '데이터'의 문제가 맞는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건 정말 데이터의 문제였을까?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다룰 수 있는 데이터


위의 4가지 질문을 다시 돌아보자. 저 정보들이 정말 빅데이터, 혹은 요즘 이야기하는 SQL, R, Python 가은 데이터 분석 도구나 CRM, 퍼포먼스 마케팅 같은 차원의 일인가? A/B테스트나 웹 이탈률/전환율 차원의 업무인가? 저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정말 분석 도구와 웹/앱 시스템이었나?


저건 그저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만나 인터뷰하거나, 간단한 설문조사로도 할 수 있는 일 아니었나? 혹은 매출 정보 정도만으로도 알아낼 수 있는 것 아니었나?


1. 어떤 사람들이 우리 서비스를 구매하나? 우리의 소비자 페르소나는 무엇인가?

▶ 대안 1 : 서비스 가입 시점에 설문을 요청한다

▶ 대안 2 : 서비스 가입 후 초기 응대 시점에 자연스럽게 물어본다

▶ 대안 3 : 구매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2. 이들은 우리 서비스를 보통 몇 개월이나 이용하나?

▶ 대안 1 : 고객별 매출정보를 확인한다. 


3. 이들은 어떤 이유로 우리 서비스를 구매했나? 무엇을 기대하나? 

▶ 대안 1 : 서비스 가입 시점에 설문을 요청한다

▶ 대안 2 : 서비스 가입 후 초기 응대 시점에 자연스럽게 물어본다

▶ 대안 3 : 구매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4. 이들이 서비스 이용을 그만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 대안 1: 서비스 이용을 해지한 이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한다


결국 위의 모든 질문들은 설문조사, 인터뷰 등을 통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거기엔 어떤 분석 도구나 세팅도 불필요했다.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건 그저 알고 싶은 질문과, 그걸 묻기 위한 고객 만남과, 그리고 메모장 또는 엑셀 정도였다. 기록, 관리가 어려워서, 혹은 데이터를 다룰 줄 몰라서, 혹은 오프라인 비즈니스라서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건 거짓이었다.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건 알고 싶은 질문과, 그걸 묻기 위한 고객 만남과,
그리고 메모장 또는 엑셀 정도였다. 


알고 싶은 걸 알아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데이터는 핑계다.


서비스마다, 상황마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알아야 하는 것은 다양하다. 그리고 어떤 건 정말로 여러 도구와 분석 능력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문제는 데이터가 아니라 그저 고객을 만나는 일만으로도 알아낼 수 있다. 그리고 때론 그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서, 데이터 없이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을 알아낼 수도 있다.


학창 시절, 이런 시대에 태어난 너희들은 얼마나 공부하기 좋으냐던 어느 강사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책 있고 학교 있고 도서관 있고 학원 있고 과외도 있고 인터넷 강의도 있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도구가 없고 선생이 별로라 하지 못한다는 말은 다 핑계라고. 


그땐 그게 다 잔소리 같았는데, 돌이켜보니 진실이었다. 


그거 다 핑계였다.

공부든 기획이든, 알고 싶은 걸 알아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데이터는 핑계다.


어떤 문제는 데이터가 아니라 그저 고객을 만나는 일만으로도 알아낼 수 있다.
그리고 때론 그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서,
데이터 없이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을 알아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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