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남자친구는 같이 책과 다큐를 보고 충격에 빠져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굳게 마음먹었다이미 전부터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이 너무 불쌍했고, 고기를 너무 좋아하지만 먹으면서 죄책감이 드는 등 채식주의자가 되어볼까 하는 생각들을 했었지만 명확한 계기가 없어서 계속 미뤄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완전히 채식주의로 마음을 돌리고 나니 좀 더 빨리 시작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우리의 원래 식습관을 돌이켜보면, 밥에 고기가 빠지지 않았고 술과 고기 먹는 걸 엄청 좋아했었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남자친구는 초밥, 나는 스테이크를 고를 정도로 채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돈 많이 벌면 제일 하고 싶던 일이 고급 소고기 집 가서 돈 생각 안하고 마음껏 먹기가 소원이였다
하지만 그랬던 우리가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이게 정말 신기한게 채식을 마음먹고나니 더이상 고기가 땡기지 않는다 전혀 먹고싶지도 않고 평생 안먹을 자신도 있다 더불어 술도 안마시고 있는데 불과 2주전만 해도 매일 술을 달고 살았고 하루라도 안마시면 허전해서 잠을 못잘 정도였는데, 그저 마음만 굳게 먹으니 모든걸 끊을 수 있었다
아무튼 어제는 크리스마스였는데, 채식을 하기로 맘 먹기 전의 우리라면 방어회에 사케를 사서 둘이 크리스마스를 즐겼을 것이다 하지만 채식을 마음 먹고나니 그 좋아하던 술과 회와 고기가 생각 안나고 그저 케이크와 과일만 있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나보다도 고기 사랑이 대단하던 남자친구도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처음엔 비건을 시도하려했다 (채식 빼고 전부 먹지않는게 비건) 하지만 우리는 워낙 먹을 것을 좋아하고 계란과 유제품까지 끊는건 조금 힘들었다 한 두달하고 말아버릴 채식도 아니고 평생 할 생각이기 때문에 '락토오보 베지테리언'이 되기로 했다 고기와 어류빼고 먹는 식단이다
앞으로는 사찰음식이나 채식 레시피를 공부해서 채식으로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노력해보려고 한다 왜인지 그동안은 요리하는게 스트레스였는데 채식 레시피를 공부하고 저녁 거리를 마트에서 사와서 요리하는 시간이 즐겁다 조미료와 고기육수 없이 맛있게 탄생한 요리를 먹어보면 너무 뿌듯하다 요리에 코인육수와 다시다는 필수인줄만 알았는데... 그냥 야채 우려내고 간장만 넣어도 너무 맛있다 아직은 초기단계라 실수가 많지만 앞으론 더 공부하고 연구해서 완벽한 채식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