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카 Apr 29. 2022

부모도 부모는 처음이다.


자식도 '자식'이 처음이 듯

부모도 '부모'는 처음이지.


자식이 부모를 선택해서 나지 못했듯

부모도 자식을 선택해서 얻지 못했지.


자식이

넘어지고, 아파하고,

방황하고, 궁핍하고, 사경을 헤맬 때도

한결같이 영원을 기도해.


그런 부모가

어쩌다 몇 번을 넘어지면

자식은 원망을 무기 삼아

쉽게 어리석음을 내뱉어.


부모도 아프고,

부모도 슬프고,

부모도 방황하고,

여전히 넘어지는

불완전한 하나의 사람일 뿐.


완벽은 신에게 기대해.

평안을 부모 위해 기도해.


------




오직 누군가의 자식이기만 했던 내가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다. 부모가 되면 내 부모의 마음을 온전히 다 이해하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큰 오산에 불과했다.


아이를 출산하고 키우면서 그나마 짐작만으론 다 알지 못했던 부모님의 크고 숭고한, 희생과 사랑을 조금은 더 알게 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내 아이에게 부모인 나는 내 부모에겐 여전히 자식이고만 싶은 모양이다.


지금 와 생각해 보니 역지사지를 몸소 경험하지 전까지 나는 부모님께 완벽을 기대했던 것 같다. 내가 바라는 것이 완벽이란 사실까지도 어리석은 그땐 미처 깨닫지 못했다.


"부모님인데 왜 그래?"

"부모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부모가 되어보니 부모도 여전히 아프고, 슬프고, 방황하고, 실수하고 넘어진다. 부모가 되어보니 부모도 그저 나와 같이 불완전한 하나의 사람에 불과하다.


나는 여전히 부모님을 원망하고 사랑한다. 두 마음이 하나의 마음에 공존하다는 건 참 괴로운 일이다. 내가 부모가 되었다고 하여 부모의 마음을 온전히 다 이해하고 알지 못한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는 불완전한 부모이면서 여전히 내 부모에겐 완벽을 기대하는 이기적인 자식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부모를 선택해서 나지 못했듯 내 부모도 나를 선택해서 얻지 못했다. 내가 부모가 처음인 것처럼 내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긴 마찬가지다.


언젠가 내 아이도 이런 고뇌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더 부모로 살아야 내가 내 부모를 다 이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뇌를.

원망하고 사랑하는 하나의 마음에 대하여.

매거진의 이전글 모락모락 찰지게 지어지는 관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