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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카 Nov 21. 2022

모락모락 찰지게 지어지는 관계




관계를 짓다 /    미혜




비, 바람이 오가며 강산이 변하는 세월 동안

수많은 농부가 농경로를 오갔다.

투박한 어떤 손에 내가 맡겨질 동안

나는 또 다른 토양을 일구는 농부였던 것을 기억한다.

그 과정에서는 종종 토양의 침식을 목격해야만 했다.


농부들은 호미나 곡괭이로는 어림도 없을 나를

방치하거나 손을 놓기 일쑤였고,

간혹 부유한 농부들만이 트랙터 바퀴 자국을 남겼다.


조금 한 돌부리도 숨기며 일손을 거부하고,

요령 하나 없던 초보 농부는

어느새 구식 도구를 든 농부에게 일거리를 주거나

호미를 들고 밭을 갈 정도의 농부로 성장했다.


언젠가 나는 더 큰 돌부리를 드러내고

당신을 통해 곱게 갈리며 허한 흔적을 메우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의 토양에서 자랄 씨앗이며,

서로를 갈고, 일구는 농부.

찰진 관계를 짓기 위해선

비옥한 토지를 품고 있어야 하는 것.


모락모락 찰지게 지어지는 관계,

서로는 서로가 짓는 미래이자 과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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