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고양이를 만났다.

by 윤슬


어떤 고양이를 만났다.



그날은 날도 좋고 너도 너무나 좋았던 날이다.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를 확인한 후 늦지 않게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약속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누구도 오지 않는다. 무슨 이유에선지 초록초록 드넓고, 알록달록 다양한 꽃들로 봄이 한창인 그 공원에 나는 혼자였다.


기다림이 지루해진 나는 홀로 벤치에 앉아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린다. 다 함께 입이라도 맞춘 것일까. 아무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아. 돌아가야 하나"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누군가 말을 건다.


"안녕!"


어랏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없다. 내가 잘 못 들은 건가.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언제 와 앉았는지 내 옆엔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있다. 흰색도, 검은색도, 누런 색도 아닌 난생처음 보는 은은한 빛의 오색 털과 보라색 눈을 가진 고양이였다.


"설마 네가 인사한 건 아니겠지? 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 하는 너의 웃음소리는 처량하게 들려."


어라라. 이 고양이 말을 한다.


"깜짝이야. 너 말할 줄 아는 거야? 이거 꿈인가?"

"아니 꿈이 아니야."


볼을 세게 꼬집었다. 아프다. 이건 꿈이 아니다. 그런데 꼭 동화 속 세상에 놀러 온 기분이다. 말하는 고양이라니 너무 신기하다. 나는 그 고양이가 궁금해졌다. 얘기를 나눠봐야겠다.


"그런데 너. 내가 이렇게 신나게 웃는데 내 웃음소리가 처량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하하하 하고 웃는 니 소리가 슬퍼 보여."

"아. 내가 그래 보여? 내가 슬픈 게 너는 보여?"

"응. 너는 아픔을 가리려고 어색하게 더 크게 웃지."


이 신비로운 고양이 내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고양이의 아픔 또한 내게 비치는 것 같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아파 본 사람은 알지."

"그런데. 너도 왠지 이름 다른 아픔을 겪었을 것 같아.

"으응. 나도 아주 많이 아팠던 적이 있었지. 그래서 네가 겪은 아픔의 백 프로는 절대 알 수 없지만 내가 겪은 아픔의 최대치로 가늠해 보는 거야. 그래서 알 수 있는 거야."


얘기를 나누다 보니 고양이가 아니라 꼭 인간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이 고양이 꼭 사람이 고양이로 환생한 것처럼 사람의 마음을 꿰뚫고 있다. 고양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주 많이 아팠을 때 말이야. 오롯이 나 혼자였어."

"아. 나도 그랬어. 엄마가 날 두고 가려는데 그때부터 세상엔 오롯이 나 혼자였어."

"그래 혼자인 그 마음 나도 알 것 같아."

"너도 혼자였구나. 많이 아팠구나. 나와 같았구나."


그 신비로운 고양이는 자신이 겪은 아픔을 풀어 내 아픔을 다독여주었다. 그는 내 아픔의 최대치에 가깝게 느껴보려 모든 감각을 곤두세우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런데 말이야. 네 어머니는 네게 아주 큰 선물을 주신 것 같아."

"혹시 '' 말이니?"

"그래. 너도 이미 잘 알고 있네?"

"어떻게 알았어? 나도 최근 그런 생각을 했어. 그래서 마음이 아팠어. 누군가는 이 말을 들으면 초 긍정적이라고 말하겠지? 말 같지 않은 말이라고. 하지만 네 말이 맞아. 엄마는 자신을 통째로 갈아 내게 준 것 같아. 그 선물을."

"그래. 엄마로 인한 너의 그 불안과 초조가 예민함이 되고 그 예민함이 마음과 사물을 섬세하게 보는 눈을 준거야."


신비한 고양이는 그 뒤로도 내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많은 얘기를 해주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느 왕의 이야기, 어느 화가의 이야기들의 일화 등 더욱 흥미로운 사실들을 들려주며 삶을 대하는 태도와 현명한 심안을 깨우치게 해 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나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 채 고양이와의 대화에 흠뻑 빠져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어 있었다. 이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나 이제 집에 가 봐야 할 것 같아."

"그래. 언제든 마음이 힘들면 나를 찾아줘."

"고마워. 너도 힘들면 나를 찾아줄래."


-------





현실일까 꿈일까



아쉬운 인사를 뒤로하고 공원을 빠져 나가려 정문을 향해 걷고 있었다. 아. 뭐야. 이 어두운 공원에 왠 노랫 소리지? 잉? 노랫소리가 아니다. 이건 내 휴대폰의 알람소리.


분명 볼을 꼬집어 아팠는데 모든 게 꿈이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동화 같은 꿈을 꾸다니. 오늘 낮 동안 그저 꿈속 고양이에 불과한 그 신비한 고양이의 말들을 계속 곱씹게 됐다.


가난 해 본 사람이 가난을 알듯 아파 본 사람만이 아픔을 안다. 부를 누려 본 사람만이 부를 알고, 행복해 본 사람만이 행복을 안다.


"나도 아주 많이 아팠던 적이 있었지. 그래서 니가 겪은 아픔의 백 프로는 절대 알 수 없지만 내가 겪은 아픔의 최대치로 가늠해 보는거야. 그래서 가늠할 수 있는거야."



하지만 그 신비한 고양이가 말해 준 것처럼. 아파 본 사람 또한 자신이 겪은 아픔의 최대치로 가늠해 볼 뿐. 누구도 나와 백프로 일치하는 아픔을 느낄 수도 알 수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순간 누군가의 아픔을 함께 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상대의 아픔을 발톱의 때만큼만 함께하기도, 때론 아픈 당사자 보다도 더 아파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 스스로에게 늘 감사해야한다. 행복할 때도, 슬플 때도, 아플 때도, 좌절할 때도, 그 어떤 때도 나를 떠나지 않고 오롯이 모든 감정을 백 프로 같이 느끼고 함께 해준 나에게 말이다.




아. 그 신비한 고양이의 이름이 뭐였더라.....

아. 맞다. 비밀로 하기로 했지...

매거진의 이전글계속 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