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없는 그대에게.

커피같이 해로운 너.

by 미카


"단 한 점이라도 존경할 부분이 있는 사람과 결혼해라. 세월이 흘러 사랑이 익숙함으로, 익숙함이 무심함으로, 무심함이 애증이 되더라도 그것 하나만 있다면 평생 함께할 수 있다."




처녀 때, 결혼을 염두한 단 하나의 심념이었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말하는 대로 행동하고, 행동한 대로 살아진다고 한다. 나는 이런 신념에 대해 늘 유념하고 살아왔다. 결국 나의 신념대로 나는 존경할 수 있는 사람과 만나 결혼했다.


그는 신중하고, 과묵하고, 진중한 사람이다. 많은 부분 나와 닮아서 많은 부분 잘 맞지만 때론 성격이 급한 나와는 반대로 가끔은 답답할 정도의 신중함을 고집하는 사람이다.


연애 기간과 신혼 초엔 무뚝뚝하고 표현에 인색한 그에게 많이 서운하기도 했다. 그런 서운함은 다툼으로 발전하기 일쑤였다. 신랑과 만나기 전 매번 과한 사랑과 추앙받는 연애만 해왔던 내게 그가 주는 표현은 한 없이 작게 느껴진 게 사실이었다.


사랑하는 만큼 드러나게 되어있고, 사랑하는 만큼 표현되는 것이라고 믿었던 내겐 신랑의 사랑이 적어 보였던 일방적인 결론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그땐 왜 그렇게 밖에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저 사랑받고 싶었겠지. 그래서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집착했겠지. 하지만 세월이 지나 그를 겪고 맞춰가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사람 참 간사하다.


신중하고 진중한 부분에 반해서 결혼했던 나는 그에겐 없을걸 알면서도 과도한 표현을 바랐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지 않은 건 그가 아니라 나였고, 변한 것 또한 그가 아니라 나였다. 생각해 보면 그는 언제나 내가 반한 처음 모습 그대로의 그였다.


결혼을 하고 해가 지날수록 더욱 확신하게 됐다.


"이 사람 정말 멋진 사람이구나. 여전히, 아니 평생 존경할 수 있는 내 사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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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에 묻힌 애정.

커피같이 해로운 너에게.



오늘 날씨가 너무 좋네.

너도 좋고.


와- 바다 봐 너무 예쁘다.

너처럼.


여기는 지금 비가 와.

너는 안 오는데.


그건 습관이야.

내가 널 사랑하는 것처럼.


너는 내게 커피야

내가 제일 좋아하니까.


뭐? 커피는 몸에 해롭다고?

그래서 넌 나한테 해롭다구?


결혼 칠 년 차

농담 끝에 묻혀 전하는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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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동시에 친정에서 끊이지 않는 잡음이 들리고 골치 아픈 일들이 발생했다. 대부분은 시댁일로 골머리를 썩는다는데 나는 달랐다. 시댁엔 늘 무탈해 보이건만, 오히려 친정에 늘 문제가 생겼고 풀 수 없는 숙제들이 늘어갔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에게 미안했고 한편으론 눈치가 보였다.


어쩌면 때마다 짜증이 나고 화가 날 만도 한데 그는 단 한 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고, 몰라서도 모르는 척, 알면서도 모르는 척을 해준다.


오늘 엄마가 오셨다. 오래전 신랑이 한 말을 이제야 전해 들었다. 여전히 방황하던 어느 날 엄마에게 그가 해준 말이라며 엄마는 울먹이며 말했다.


"장모님, 자식이 한 명도 아니고 넷이나 있는데 뭐가 그리 걱정이세요. 장인. 장모님께서 연로하여 돈을 못 버신다 해도 자식들이 알아서 잘할 테니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그는 늘 칭찬받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여 좋은 말과 행동은 뒤에서 한다. 그래서 가끔 형식적이라도 보이는 걸 원하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거나 서운함을 얻기도 한다. 가끔은 그것이 답답하고 속상할 때도 있었지만 그를 믿고 지지하는 지금은 그 모습마저 존중한다.


어느 책에서 보니 부부는 사업 파트너와 같은 존재라고 한다. 자식이란 사업을 함께 성공적으로 이끄는 파트너 말이다. 그래서 보통은 둘이 성격이 닮아야 잘 맞고 잘 살 것 같지만, 사실은 서로 다른 성격의 사람이 만날 수록 잘 맞추어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서로가 너무 같다면 잘하고 못하는 부분마저 비슷하여 무게 중심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상대적으로 빈틈이 크게 생기는 반면,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서로의 모자람을 채워주게 되면 빈틈이 적고 균형이 잘 맞아 오히려 더 잘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나와는 다르고 맞지 않다고 하여 속상해하거나 다툴 일이 아닌 것이다. 결국은 서로 얼마나 믿고 배려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성실한 하루가 쌓여 든든한 미래가 되듯 부부 사이 또한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배려와 노력의 하루하루가 쌓여 행복한 내일을 만들고 끈끈한 부부의 미래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필요 없는 말은 거르고

필요한 말조차 뒤로 하는 그에게,

입이 있어도

입이 없는 것처럼 있어주는 그에게.

하루하루 노력과 배려로

함께 익어가는 그에게

나는 늘 감사하고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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