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 선 듯,
최근 들어 종종 연락을 주고받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요즘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다고 했다. 나는 그 아이와 하는 대화를 좋아한다. 나와 다른 듯 닮은 그를 보고 있으면 마치 거울 앞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올 때도 많다. 그 사실이 아프지만 좋은 것이다.
나는 스스로 객관화하기를 좋아한다. 사실 좋아한다기보다 그렇게 살려고 애쓴다. 자신은 스스로에게 가장 주관적이고 감정적일 수밖에 없기에... 사실 나를 객관화하려고 노력하면서도 한 인간이 스스로를 객관화할 수 있는 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자기 객관화라니 가능하긴 한 것일까?
가끔 나는 유체이탈을 하듯 내 육체에서 몇 발작 걸어 나와 너를 바라본다. 내가 제삼자인 듯, 타인인 듯 그렇게 나를 너인 듯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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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객관화하며 쓴 글.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아픔을 안은, 너와 나에게.
-미혜-
너에게 난
정의라는 이름으로 위험에 빠트렸고,
선의라는 이름으로 손해를 입히고,
믿음이란 이름으로 배신을 맛보게 했으며,
기대라는 이름으로 실망을 안겼지.
너에게 난
배려라는 이름으로 포기를 알게 했고,
비교라는 이름으로 자존감을 무릎 꿇리고,
친절이란 이름으로 가장 불친절했으며,
죽음이란 이름으로 마지막을 말했지.
나에게 넌
정의라는 이름으로 가슴 벅참을 선물했고,
선의라는 이름으로 사랑을 베풀고,
믿음이란 이름으로 굳건하게 했으며,
기대라는 이름으로 이루었어.
나에게 넌
배려라는 이름으로 성장하게 했고,
비교라는 이름으로 노력하게 하고,
친절이란 이름으로 좋은 사람이 되도록 했으며,
죽음이란 이름으로 다시 살게 했어.
너는 나를.. 나는 너를..
울게 하지만 웃게 하고
너는 나를.. 나는 너를..
죽게 하지만 또 살게 해.
그래서 영원히 너는 나고 또 나는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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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듯 닮았던 대화.
그 아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내가 지나왔던 길 위의 어디쯤 인 것 같은 그가 안타까우면서도 비슷한 아픔을 얘기하는 그에게서 위로를 받기도 한다.
스스로를 엄청나게 자책하고 깎아내리는 모습을 볼 때면, 불과 얼마 전까지의 내 모습을 보는 듯하여 내게 많은 생각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드디어 스스로의 객관화에 성공한 듯 그의 말들이 쓰라렸다.
"내 쓰레기다"
"우린 서로 쓰레기 같은 사람과 연락을 할 정도로 시간이 많지도 않다. 넌 내가 쓰레기 같으면 내한테 연락하겠나?"
"그건 아니지."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너를 비하하지 마라!"
"네. 알겠습니다."
"그래. 어디에서든 절대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마라."
"명심하겠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과잉 겸손하고, 습관적으로 스스로를 깎아내리며, 오는 칭찬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내 모습을 그에게서 본다. 그를 통해 나를 객관화한다. 나는 그에게 어깨를 토닥이듯 격려하며 다짐을 받아냈지만 한편으론 나 자신과의 다짐도 받아낸다. 스스로를 더 소중히 하고 지키겠노라고.
내가 그랬듯 그도 그랬을 것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늘 최선을 고민하고 선택했을 것이고,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왔을 것이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자기만 알고 남을 쉽게 아프게 하는 사람들이, 타인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사람보다 정신적으로 훨씬 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위해 조금은 이기적일 필요가 있고, 자신을 너무 객관화하여 괴롭히기보다는 조금의 자기 합리화로 스스로의 티끌 정도는 눈감아주는 융통성도 필요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잘것없는 제가'라는 말이 내 글에 단골로 등장했었다. 나는 늘 겸손하다 못해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여 칭찬과 함께 오는 어색함을 숨기려 스스로를 많이 깎아내리는 말을 일삼곤 했었다.
그 아이, 그리고 따뜻한 많은 사람들.
우리는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들어주는 행위 그 자체로서 큰 위로와 격려를 받고 있는 게 아닐까.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너를 비하하지 마!"
"절대 어디에서든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마."
너와 나에게 다짐받은 말.
그리고 당신도 다짐했으면 하는 이 말.
걸음
나는
당신이 성실하게 내딛었을,
한 걸음, 걸음들을
늘 믿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