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가 의심받는 씁쓸한 세상.

by 윤슬

키위 두 알의 호의.



이틀 전,


여느 때와 같이 장을 보고 계산을 마친 후 마트를 나오려는 찰나, 중년의 한 남성 캐셔분의 목소리가 나의 발길을 멈춰 세웠다.



"저기 나가실 때 키위 하나만 가져가세요."

"네? 공짜로요? 그래도 괜찮나요?"

"네. 제가 과일 담당이라서 괜찮습니다."

"앗. 감사합니다."




계산대 바로 앞 출입문 밖에 있던 과일 매대에서 키위를 한 알 집어 들고, 잘 먹겠다는 감사 인사를 전하고 돌아서려는데 다시금 그의 목소리가 나를 돌려세운다.



"한 개만 드리면 '정' 안 나요~ 한 개 더 가져가세요."

"앗. 정말요. 감사해요. 잘 먹겠습니다."

"네~ 안녕히 가세요. 다음에 또 봬요."

"네~ 수고하세요!"




키위를 왜 공짜로 주실까. 과일을 산 것도 아닌데라는 의아한 생각을 품고서 집에 도착했다.


앗! 저녁이 되어 키위 두 알의 의미를 깨닫고선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가 잘 먹는다.

너무 잘 먹는다.

두 알로는 모자란다.

내일 다시 키위를 사러 가야 한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신종 영업방식에 나는 당했다.

우와. 획기적이다.

그럼 그렇지. 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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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이 오고 가는,

호의가 의심받지 않았던 따뜻함의 실종.



그 직원분은 과일 담당이신데 가끔 계산대가 바쁘면 계산을 도와주시는 것 같았다. 무엇 때문이지 모르겠지만 세상에 공짜가 없어진 이런 박한 시기에 친절을 베푸시는 그분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주 잠깐 동안이지만 괜찮다고 말을 하고 정중히 호의를 거절할까 하는 고민이 스쳤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따뜻하게 건넨 그의 마음에 혹여 민망함이 발려버릴까 봐 성격상 맞지도 않게 키위 두 알을 냉큼 받아와 버렸다.


웃자고 농담처럼 글을 썼지만 분명한 건, 그분은 영업을 하기 위해 키위를 건넨 것은 아니란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단지 아이가 키위를 잘 먹었기 때문에 키위를 더 사러 가려는 게 아니었다. 그분의 호의가 감사했기 때문에 핑계 삼아 다시 키위를 사러 가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이 분 나한테 왜 이러지?


어느새 우리는 작은 호의에도 진심을 의심하게 되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스쳤다.


잠시였지만, 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 시장엘 가면 느낄 수 있었던 푸근한 인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나온 웃음이 굳어있던 얼굴과 마음의 근육을 부드럽게 주물렀다.



문득,


키위 한 알이던, 믹스커피 한 잔이던

서로의 인정이 오고 가며,

진심의 '호의'가 의심받지 않았던

그런 따뜻했던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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