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 7년 차입니다. 저랑 신랑은 연애기간 포함해서 벌써십 년 가까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신랑이 저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세 번 정도 한 것 같아요. 표현에 인색한 사람이죠~
'사랑해'라고 자주 남발하면 말의 의미가 가벼워진다는 다소 개인적인 논리를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신랑의 논리에 맞춰 저도 '사랑해'란 말을 아껴줍니다.
이런저런 부부들만의 이야기가 부부동반 모임에선 가장 주 안주거리로 등장하곤 합니다. 저도 그 모임에서 가끔 이런 농담을 하곤 하죠...
"우리 자기는 '사랑해'라고 말하면 의미가 가벼워 진대! 그래서 나는 우리 신랑 죽고 난 뒤에 관 뚜껑 닫을 때 '사랑해'라고 말해주려고. 죽을 때 얼마나 행복하겠어?! 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웃으며 말하지만 뼈가 있나요? 저는 표현은 아끼지 말자는 주의거든요. 특히 사랑은 표현할수록 커진다고 생각을 해요. 아참~!! 이런 신랑이 1도 아끼지 않고 남발하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야~등 긁어줘"
우리 신랑은 제가 앉기만 하면 씩 웃으며 다가와 다리 베개를 하고 눞습니다. 그러곤 "자기야~등 긁어줘"라고 합니다.신랑이 누워있을 때 제가 옆에 가서 눞거나 안아주어도 눕기가 무섭게 "자기야~등 긁어줘"라고 합니다.
이 말엔 엄청난 부작용이 있어요.이젠 '등 긁어 줘' 하지 않아도 신랑만 옆에 있으면 저도 모르게 어디든 긁어주고 있는 겁니다. 하하.
시도 때도 없이 긁어달라는 신랑에게 한 번은 "등 다 닳아 없어지겠다!"라고 농담 섞인 말을 했습니다. 그 말 끝에 신랑이 수줍어하며 말하더군요~
"그게 다 사랑한단 표현이지~!!"
십 년 만의 대단한(?) 비밀이 밝혀졌습니다. 깜짝 놀랄 사실을 알게 된 거죠.
우리 신랑의 '등 긁어줘'='사랑해'인 겁니다.
저는 무슨 조선시대 사람과 사는 것도 아니고 너무 어이가 없고 귀엽기도 하여 웃음이 빵 터졌네요.
생각해보면 제가 애교가 많고 표현을 잘하는 스타일이지만 아이를 낳고 서로 바쁘면서 마음과는 달리 자연스레 스킨십과 표현이 줄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신랑의 '등 긁어줘'하는 표현으로 등이라도 긁으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자연스레 스킨십을 유지하고 있었던 거였어요. 이것을 깨달은 뒤에 신랑에게 한마디 해 줬습니다.
"XX야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주변 다른 부부들의 경우 오랜 결혼생활로 손잡는 것, 안는 것도 어색하다는 부부가 많이 있더라고요.그러고 보면 우리 부부는 등을 긁어주며 아직까지도 붙어있고, 안아주는 게 어색하지가 않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