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카 Dec 05. 2022

네가 '밀땅'을 알아?

고로코럼 밀믄 절벽에서 떨어진당께~

주말, 시댁에 행사가 있어 짧은 시간 두 지역을 다녀왔다.


일정을 마친 일요일 아침, 10시쯤 아침 겸 점심밥을 먹고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출발했다. 내 집에 도착하니 저녁 5시가 다되어가는 애매한 시간이었다. 집에 오느라 점심밥을 뛰어넘었으니 5시 밖에 안 된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모두들 배가 고플 터였다.




"콩순몬 즈늑 뭐 먹디?"


"뭐 먹지? 지금 방금 와서 뭘 해 먹을 재료도 없네. 배 프지 자기야."


"엄마가 뭐 바로 먹도록 싸주신 것 없어?"


"음~ 파김치랑, 메추리알 싸 주셨는데~ 그걸로 밥이 되겠어?"


"나 그럼 라면 먹을래. 파김치랑!"


 "자기야, 지금 달래장 만들어서 김에 싸 먹을래? 아님 내일 만들어 줄까?"


 "달래장? 김? 그거 엄마 집에서 먹던 거? 그럼 그거 해줘~ 아싸 아~!!"


"푸핫, 좋댄다. 알겠어. 아이들은 메추리알 있으니 계란말이랑 햄 굽고, 우린 달래장 만들어서 있는 반찬이랑 간단히 먹자. 좀만 기다료오~^^!!"





주말 동안 다니느라 나도 피곤했던지 어머니가 해주시밥만 먹고 놀았는데(?) 오히려 몸무게가 1킬로 빠졌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는 누군가의 아내이고 엄마니, 좀 어설프고 귀찮아도 집에 오자마자 밥을 안치고 반찬도 대충 몇 개 해서 밥을 차렸고 네 가족은 금세 식탁 앞에 둘러앉았다.






픽사베이






"오호라~ 엄마한테 비법장을 배워 온 거야?"


"응~ 같은 맛이 날지는 모르겠는데, 어머니께 물으니 대충 얘기해주셔서 들은 대로, 감대로 마구 만들어 봤지~^^!!"





신랑은 어머니 댁에서 상위에 올려진 다양한 반찬을 두고도 달래장과 구운 김만으로 밥을 뚝딱 먹었다. 그게 고로케 맛있었나 보다 하고 눈여겨봐 두었다가 어머니께 달래와 김을 얻어왔다.


달래장은, 배추전을 먹을 때 만드는 장과 비슷했다. 좀 덜 진한 일본산 간장에 청양고추와 마늘 두 개를 다져 넣고 고춧가루 조금과 집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짠, 고소한 참기름을 듬뿍 넣은 뒤 깨소금도 살짝 넣었다. 마지막으로 흙냄새가 나지 않도록 매이매이 씻은, 산발을 한 달래를 짧게 쫑쫑 썰어 넣고 섞어 주니 이미 그 향만으로 맛있는 내음은 내 코를 지나 입안을 감돌며 침샘을 자극했다.


구운 김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갖지은 밥, 그 위에 달래장을 듬뿍 얹어 한 쌈 먹은 신랑의 표정은 잠시라도 세상을 다 갖은 듯 보였다.





"음~~~, 맛있는데? 우와 자기야 똑같은 맛이 나네?"




신랑은 기대 이상이란 표정으로 밥을 금세 두 그릇 뚝딱 해치웠다. 그런 신랑의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 난 이미 배가 부르고 행복한 것 같았다.




"콩순몬~ 잘 먹었어. 이거 밥도둑인데? 두 그릇 뚝딱 먹었네, 고맙다!"


"응, 나도 잘 먹었어~"


"콩순몬 고맙다 고마워~!"


"그으래, 나두우~♡"





신랑이 진정 만족할 때 나오는 자동반사의  반응이며 큰 행복감의 표현이다. 신랑은 연신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친정엄마의 말씀처럼 무뚝뚝하지만 참 똑똑한 양반인 게 틀림이 없다.


사랑한다고 자주 말하면 무게가 가벼워진다는 현대판 조선시대 남자. 그렇지만 적당히 착한 내 눈에만 보이는 그 대단한 눈빛과 표정, 내 가슴까지 울림이 닿는 웅장한 마음의 파장에서 말하지 않아도 티가 퐉퐉 묻어나는 사람.


시도 때도 없이 긁어달란 등짝을 긁어줄 때, 엄마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고, 갖지은 맛있는 밥을 차려줄 때 나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눈 빛으로 보는 당신. (응? 내 착각이라고? 가스 라이팅 당한 거라고오? 푸핫, 아무렴 어떤가 다 자기만족이지.)





그렇게 밀믄 낭떠러지여





"언니~ 남자들한테 넘 잘해주면 매력 없어. 신랑이 안 예뻐해~  좀 이것저것 시키고 꽉 잡고 살아야 해."





이런 소릴 주변 엄마들에게서 종종 듣곤 했다. 신랑에게 넘 헌신하고 잘해준다고 듣는 소리다. 그야, 스스로 생각해도 요즘 세상에 이렇게 떠받들듯 해주는 부인이 어디 있으랴, 나도 잘 안다. 그렇지만 그런 말들은 속으로 가볍게 웃어넘긴다.


대부분 연애를 한번 또는 많아야 두세 번 해보고 결혼했다는 엄마들이 내게 '밀땅'코치를 한단다.





"내가 그 유명한 어? 굼벵이? 아니 아니, 번데기여~ 이것들아 가까이 와서 내 주름 좀 세보고 말혀, 어디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고 지렁이여~!!"




속으로 요론 웃긴 생각을 하며 피식 웃곤 한다. 소싯적 자칭, 타칭 밀땅 연애의 고수 앞에서 단 한번 연애를 하고 바로 결혼한 사람이 내게 코치를 한다니. 푸하하 하하하하




"너희가 아는 방법은 연애 때나 먹힐 방법이란다. 결혼 후 그렇게 밀면 네 신랑 절벽 아래로 떨어져 야. 고것은 시간문제여 알기나 알고 그러는 거시여?"




아가씨 때 남자도 나름 많이 만나보고, 연애도 후회 없이 많이 해봤다. 경력(?)이 쌓인 만큼 보는 눈도 절로 생겼고, 현재 연애하기만 좋은 사람이 아니라, 결혼하기 좋은 든든한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현재 내 사람과, 내 사랑의 방식, 내 가정과 내 삶에 매우 만족한다.




"그런데 늬들이 왜? 만날 때마다 나를 가르치는 거시여"




사람은 자고로, 어딜 가서나 함부로 아는 척 해선 안 되는 것, 진정한 고수들은 알아도 모르고, 몰라도 모르는 듯 그저 조용할 뿐.









진정 내 가정과 내 사람을 위한다면

가정 안에서마저 이기적으로

자기만의 편리를 찾지 말자.



당신은 내 남자를 모 른 다.

당신은 찐'밀땅'을 모 른 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