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오르고 감기증상이 있었으나 해열제 한 알 먹고살만해진 나는 일명 약빨(?)로 새벽 3시까지 서랍 속 글을 수정하고 브런치북을 발행했다.
일요일
주말, 일요일이라 대부분 병원도 닫았을 거인데... 열이 38도.. 해열제를 먹어도 39도로 올랐다.
둘째가 A형 독감이었기에 혹시나 하여 주말에 연 병원을 찾아가 두 시간을 기다려 독감 검사를 하고 독감 판정을 받고야 말았다.아흑.
열이 오르고부터 24시간 정도는 약을 먹어도 열이 39.4도~38.8도로 더 이상 떨어지지 않아 말 그대로 더럽게 아픈 것.
"안녕, 독감은 처음이지?"
고래. 이번 생에 독감은 처음이라... 코로나 정도로 생각했다가 큰코다쳤다.(물론 코로나도 엄청 아팠습니다, 그리고제 코는 작습니다만. 네..)
열이 떨어지기 전까진 꼼짝 못 하고 약을 먹기 위해, 되는 대로 주워 먹고 약을 먹고 또 수면하길 반복했다.이렇게 많이 잘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그런데 이 와중에 독한 약 때문 퉁퉁 부운 듯한 볼은 맘에 든다. 꼭 보톡스 맞은 듯. 좀 어색한 탱탱함이지만 푸하하 하하하하
늦은 밤,
여전히 여기저기 아팠지만 겨우 열이 떨어지고 나니 정말고열 때 대비 살만 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이들이 키즈카페를 간다고 김밥을 싸야 한다는 것.오 마이 갓김치.
이 상태라면 김밥을 싸서 보내지 못할 것 같아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래도 키즈카페를 간다고 내내 기대하던 아이들의 천진난만 한 얼굴이 아른거려 결국월요일오후 늦게 무거운 몸을 질질 끌고장을봤다. (참고로 요즘 독감은 예전처럼 5일 격리가 아니라 열이 떨어지고 만 24시간 후쯤 전염력이 없는 것으로 일상생활 된다고 하신 의사 선생님말씀을 참고하여 최대한 조심히 장을 봤다.)
둘째가 아직 어리기에 기어코 따라간다고 하여 데리고 갔다가 쫑알쫑알 쫑알쫑알. 이것저것 사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혼이 쏙 빠졌다. 정말 후딱 장을 봐오느라 진땀 진땀을 뺐다.ㅜㅡㅠ
화요일
오늘 아침 여전히 덜 나은 몸을 일찍 일으켜 무리해김밥을 다 싸고 보니 과일을 사 온다던 게 까맣게잊었단사실을이제야깨달았다.
첫째 감기를 시작으로 연이은 둘째의독감까지 완쾌되는 동안 아이를 번갈아 데리고 있었더니 나의 면역력은 바닥을 기다 못해 지하로 파고 내려갔었나 보다. 결국 나까지 아파졌으니 정말이지 정신이 혼미 한 날들이었다.
그리고... 왜 꼭도시락은 김밥만 달랑 싸 보내기민망시랍고 그란지도도통모르겠다.
어찌 됐든 저찌됐든 무신정신으로 쌌는지도 모를 김밥은 완성해 보낼 수 있어서 어찌나 다행인지...
입이 써서 맛은 항 개도 두 개도모르겠던 그 김밥.
하.. 이런 게 엄마 마음이다.
아파서 기어 다니고 싶어도 미련스럽게 아이를 위할 수 있는 힘은 어딘가에 꼭 남아 있다니 참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