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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카 Dec 22. 2022

안녕, 독감은 처음이지

아파도 쓰고픈 글, 헤롱헤롱


수액도 핑쿠 내 손톱 색과 세투, 사진을 본 친구가 아파서 미친거냐고 묻는다.




토요일

열이 오르고 감기증상이 있었으나 해열제 한 알 먹고살만해진 는 일명 약빨(?)로 새벽 3시까지 서랍 속 글을 수정하고 브런치북을 발행했다.




일요일

주말, 일요일이라 대부분 병원도 닫았을 거인데... 열이 38도.. 해열제를 먹어도 39도로 올랐다.

둘째가 A형 독감이었기에 혹시나 하여 주말에 연 병원을 찾아가 두 시간을 기다려 독감 검사를 하고 독감 판정을 받고야 말았다. 아흑.


열이 오르고부터 24시간 정도는 약을 먹어도 열이 39.4도~38.8도로 더 이상 떨어지지 않아 말 그대로 더럽게 아픈 것.





"안녕, 독감은 처음이지?"


고래. 이번 생에 독감은 처음이라... 코로나 정도로 생각했다가 큰코다쳤다.(물론 코로나도 엄청 아팠습니다, 그리고 제 코는 작습니다만. 네..)

열이 떨어지기 전까진 꼼짝 못 하고 약을 먹기 위해, 되는 대로 주워 먹고 약을 먹고 또 수면하길 반복했다. 이렇게 많이 잘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그런데 이 와중에 독한 약 때문 퉁퉁 부운 듯한 볼은 맘에 든다. 꼭 보톡스 맞은 듯. 좀 어색한 탱탱함이지만 푸하하 하하하하




늦은 밤 ,

여전히 여기저기 아팠지만 겨우 열이 떨어지고 나니 정말 고열 때 대비 살만 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이들이 키즈카페를 간다고 김밥을 싸야 한다는 것. 마이 갓김치.


이 상태라면 김밥을 싸서 보내지 못할 것 같아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래도 키즈카페를 간다고 내내 기대하던 아이들의 천진난만 한 얼굴이 아른거려 결국 월요일 오후 늦게 무거운 몸을 질질 끌고 장을 봤다. (참고로 요즘 독감은 예전처럼 5일 격리가 아니라 열이 떨어지고 만 24시간 후쯤 전염력이 없는 것으로 일상생활 된다고 하신 의사 선생님 말씀을 참고하여 최대한 조심히 장을 봤다.)


둘째가 아직 어리기에 기어코 따라간다고 하여 데리고 갔다가 쫑알쫑알 쫑알쫑알. 이것저것 사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혼이 쏙 빠졌다. 정말 후딱 장을 봐오느라 진땀 진땀을 뺐다.ㅜㅡㅠ 





화요일

오늘 아침 여전히 덜 나은 몸을 일찍 일으켜 무리해 김밥을 다 싸고 보니 과일을 온다던 게 까맣게 잊었단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첫째 감기를 시작으로 이은 둘째의 독감까지 완쾌되는 동안 아이를 번갈아 데리고 있었더니 나의 면역력은 바닥을 기다 못해 지하로 파고 내려갔었나 보다. 결국 나까지 아파졌으니 정말이지 정신이 혼미 한 날들이었다.

그리고...  도시락은 김밥만 달랑 싸 보내기 민망시랍고 그란지도 도통 모르겠다.


어찌 됐든 저찌됐든 무신정신으로 쌌는지도 모를 김밥은 완성해 보낼 수 있어서 어찌나 다행인지...

입이 써서 맛은  개도 두 개도 모르겠던 그 김밥.

하.. 이런 게 엄마 마음이다.

아파서 기어 다니고 싶어도 미련스럽게 아이를 위할 수 있는 힘은 어딘가에 꼭 남아 있다니 참 신기하다.







첫째 왈


"엄마 아침부터 주방이 왜 이리 난장판이야?"

"엄마가 아픈데도 너희 김밥 싸느라 이렇잖아."




둘째 왈


"엄마 과일은 쌌어? 선생님이 김밥이랑 과일이랑 싸 오래."

"아니. 못 쌌어. 잊었어. 미안."

"아니 왜~ 과일 같이 싸 오라고 선생님이구랬는데에!"

"지윤이가 어제 따라와서 지윤이 먹고 싶은 거 구경 다니느라 엄마가 까먹었어."

"아....(머쓱한 웃음) 그래? 엄마 괜찮아. 선생님이가 김밥만 싸와도 되고, 김밥이랑 과일이랑 싸와도 된대." (5세 여아의 놀라운 태세전환-_-!!)

"그... 으... 래... 고... 맙.. 다... 고. 마. 어. 흐흐"








비록 독감에 걸려 골골 아주 골골골골골거리고 있지만,


아픈 몸을 이끌고 한 시간 이상을 서서 낑낑대며 고군분투한 전장의 현장을 보고 난장판이라고 얘기해주는 아드님과.


굳이 따라와서 혼을 쏙 빼놓고 과일을 잊은 엄마에게 빠른 태세전환보여주며 넉넉한 인심퐉퐉 베푸딸아이 덕분에 나는 오늘도 웃는다.

푸하하하하하하 


아이..... 행복해.

이랄라고 내가 오늘 아침에 그렇게 햄을 볶았구나.

이렇게 햄볶할 라그~~~

너희는 다 계획이 있구나아~~~

푸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얘들아, 아마도?

엄마가 외할머니께 너희처럼 딱 그랬거든

그란데 말이야

너희도 조심해~~~~~

푸하하하하하하 (누워 침 뱉기>ㅡ<)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

아니 아니, 부모님께 행한 앙탈은 다 돌아오는 거야

부메랑처럼

푸하하하하하하

미안해 엄마가 마이 아파가지구.





PS.

아참, 친구야 난 미치지 않았단다.

아프다고 꼭 울상일 필요가 있을까.

난 아프면 더 웃어.

자체 웃음치료라고나 할까?

(아, 부작용은 주변 사람들이 꾀병이라거나, 아파서 미쳤냐고 말할 수 있음 주의)푸하하하하하하

그렇게 오래 보고도 날 모르겄다고?

이런 노래가 떠오르는구나


내가 나를 모르는데~~~~~

를 알겠느냐~~~~~~

푸하하하하하하




아, 결론은

모 두 모 두 독 감 조 심 하 세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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