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몇 주는 검사를 맡는 선생님이라도 있는 듯 무의식적으로 의식되는 인위적인 느낌에 혼자만 관람하는 글임에도 참말로 쑥스럽고 민망한 생각이 많이 들었지요. 아마도 그 감각은 유년시절 선생님이 보실 것을 염두하고 썼던 강제적 일기의 촉감이 남아있기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귀차니즘이 심한 저는 특별한 날조차 기록하는 일은 없었고 글과는 아주 담을 쌓고 살았기에 막상 감사일기를 쓰려고 하니 감사할 일이 뭣이 있는고 한참을 생각한 끝에야 겨우 몇 줄을 기록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감사합니다."라고 쓰고도 이것이 진심에서 오는 감사인지, 그저 일기를 쓰기 위해 비틀어 짜낸 억지 감사인지 헷갈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쓰기를 몇 달. 참 신기한 변화들이 제게 찾아왔습니다. 처음엔 그저 일기 거리를 찾기 위해 감사할 일을 찾아냈다면 이젠 일기장을 펼치고 펜을 들면 자연스레 감사한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모두 적고 보니 하루에 감사할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감사일기를 적으면서 생각합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아주 짧은 하루 안에도 이렇게 기쁘고 감사할 일이 많았음에도 나는 아주 익숙하고 반복적인 시간들에 속아 그 감사함을 당연하고 무심하게 지나치는 날들이 참으로 많았다는 것을요.
나름 평소 긍정적이고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산다고 자신했었는데 감사일기를 실천하기 전까진 제가 이렇게 많은 감사를 놓치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무탈한 하루가 그저 행복이라고만 믿고, 무난한 하루에 감사함을 느꼈었는데 나의 하루에 이처럼 넘치는 감사가 저를 찾아와 충만함으로 안아주고 있었음을 어리석은 저는 미처 모르고 살았습니다.
감사일기를 쓴 후 스스로 가장 큰 변화로 꼽는 게 있습니다. 감사함을 인지하며 생활하자 예전엔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감사한 순간을 바로바로 포착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심리적인 변화를 몇 년 사이 특별히 많이 경험했었습니다. 처음 중고 판매를 시작했을 때지요. 그땐 채소 마켓과 번개표 마켓에 지갑과 가방을 판매했었습니다. 지갑, 가방을 판매했던 몇 달 동안 가상의 세상, 현실의 세상 어디를 오가도 제 눈엔 온통 지갑과 가방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 몸집을 늘려 판매 제품을 노트북으로 바꿨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후론 그렇게 보이던 지갑, 가방은 보이지 않고 온통 노트북만 눈에 들어 오더랍니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듣고, 생각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고 산다고 하죠. 그래서인지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현실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저마다의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죠.
안타깝게도 지금 당장 이 막돼먹은 세상을 우리가 원하는 세상으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바라보고 내가 살아가는 나만의 세상만은 내 힘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힘든 것만 볼 때 온통 힘든 일들로 가득한 세상에 살았더랬습니다. 불만이 가득할 땐 온통 불만으로 가득 찬 세상에 살아보기도 했습니다.
요즘의 제 세상은 온통 감사함으로 충만한 세상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상은 팍팍하고 힘든 일도 많습니다. 하지만 감사함을 크게 보니 힘든 일이 상대적으로 동전만큼 작게 느껴지는 효과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제 저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금인 지금, 당장의 감사함을 놓치지 않고 만끽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꾸준히 감사일기를 지속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