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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카 Feb 28. 2023

쓰는 한, 이어질 거란 믿음으로

벗들에게 드립니다

며칠 전, 일 년 조금 넘게 활동해 왔던 애정하는 공간을 떠나왔습니다. 아니, 어쩌면 애증이란 단어가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네요. 그곳은 제 글의 시작 점이자, 공감과 격려로 치유를 도와주신 감사한 벗들과 이어준, 애틋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처음 그곳에선 기쁨과 성취감, 치유 등의 긍정적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스트레스와 상처들도 종종 경험해야 했습니다. 뭣도 모르고 호기심 가는 광고에 끌려 시작된 활동이 이렇게까지 제 인생에 큰 영향을 줄지 상상도 하지 못한 채였습니다.






그곳에서 글이란 걸 처음 알았고 꾸준히 쓰는 습관도 들일 수 있었으며, 그 덕에 브런치의 작가까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왜인지 쓰면 쓸수록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던 이유들은 오히려 소진되어 갔습니다.


그럼에도 진즉 떠났어야 할 곳에서 제 살을 깎아 먹듯 떠나지 못 한 이유는 단 하나, 그곳에서 알게 된 감사한 인연들 때문이었습니다. 의외로 이유도 아주 간단명료했습니다. 마지막을 선언하고 떠나 버리면,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들과 서로가 주고받았던 진심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변질될 것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 또한 벗들이 떠났을 때의 그 상처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그 이유마저 더 이상은 버틸 여력이 없게 되었습니다.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던 병증이 발현되었기에 미루고 미뤄 왔던 결정을 강제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이며, 예전 공황장애. 우울증을 겪으며 얻었던 호흡곤란 증상들이 몇 번 발현되었기 때문인데요. 한 때 고향같이 안락하고 세상 편안하던 곳이, 어느새 접속하기만 하면 불편한 곳으로 제게 인식되어 있었으니 차단이 불가피 해진 것이죠.


그리고 더 이상은 이해가 안 되는 현상들과 상황들, 비열한 언행들을 보고 있을 여력 또한 없었습니다. 똑같은 말도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그런 부류들을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 걸 보고 무력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제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가장 기본도 지키지 않고, 마음껏 활보하며 상대만 비방하고 조롱하는 이를 보고도 일말의 조치도 없는, 기본 취지조차도 지켜지지 않는 플랫폼은 개인적으로 수명이 길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이런 걸 보고 잘 참고 넘길 너그러운 성격이 되지 못하는 탓도 있겠습니다. 그러니 이젠 정말 남을 이유 보다, 떠나야 할 이유가 더 명확해진 입니다.









원래 성격 같으면 벌써 떠났을 곳을 참 미련하게 오래도 버텼다고 생각합니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벗들과의 관계의 정이 무엇이라고 이리도 마음이 쓰이는 것인지 떠나온 지금도 마음이 편하지 은 않습니다.


그곳에서 필명이 알려진 만큼 저는 사소한 말, 또는 같은 말을 해도, 아니 심지어 바른말을 해도 먹잇감이 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그런 시선과 불이익을 원치 않아, 야반도주하듯 모든 글을 지워 버리고 벗들의 글에 조용히 인사만 남기고 떠났습니다.


하지만 바람과는 달리, 예상대로 조용히 떠나든, 인사를 하며 요란하게 떠나든 저의 모든 행동은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그제야 떠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난 뭘 하든 욕을 먹어야 하는구나 하고요.






언제부터인가 글에 어떤 감정을 드러내도 표적이 된다는 걸 느끼곤, 글을 쓰며 자기 검열을 심하게 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글을 쓰면서 오는 스트레스로 글이 멀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공론장인 그곳은, 일상 에세이나 시를 쓰는 제게 처음부터 어울리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오래 버텼다고 생각합니다. 그곳에 남은 벗들 때문이라도 그 장소가 지속 가능한 곳으로, 또 정말 제 기능을 하는 유능한 공론장으로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솔직히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공간이 아니라도 저를 찾아 이곳까지 와 주시는 벗님들께 정말 감사하여 오늘 이 글을 씁니다. 늘 브런치 주소를 오픈해 왔던 저로선 탈퇴가 관계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러니 늘 이곳에서 소통하길 기다리며, 놓지 않고 꾸준히 쓰려고 노력하고 있겠습니다.




차마 하지 하고 말이긴 하지만, 서로가 쓰길 놓지 않는다면 어디서든 꼭 이어지리란 생각으로, 너무 슬프게만 생각하지 않고 떠나 왔다는 걸 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색으로 이미 아름답고 빛나는, 벗 님들의 그 색을 다치지 않고 고이고이 지키셨음 하고 바라봅니다.



같은 길을 걷는 우리들, 정상은 높지만 좁기에 쓰는 한 꼭 만나리라 생각합니다. 늘 감사했고, 감사합니다.





https://youtu.be/xxJL3jIZxtY



정인/오르막길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여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가끔 바람이 불 때만
저 먼 풍경을 바라봐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

기억해 혹시 우리 손 놓쳐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 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엔 만나
크게 소리 쳐
사랑해요 저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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