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을 꺼내 쓰지 않겠노라고
그래서 나는 포기하는 법부터 배웠는지도 모른다
내장을 꺼내 쓰지 않겠노라고
티미
결국 메스를 꺼내 들었다.
잠깐 망설이던 그녀가
마침내 결심을 내린 듯
검지 손가락에 꾹 힘을 주어 직선을 그었다.
그녀는
자신 앞에 쏟아부은
내장의 수를 일일이 세어
차비를 마련했다.
작은 내가 욕심을 낼수록
누군가는 많은 걸 포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찍이
포기하는 법부터 배웠는지 모른다.
빨간 돼지의 배처럼
날카롭게 베인 날 다짐했다.
그녀를 베고
내장을 꺼내 쓰지 않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