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방에서 자취를 한 적이 있다. 90년대 전월세 계약기간은 보통 1년 이었으니 그 정도 살았을 것이다. 방엔 밖이 아닌 4개의 방이 이어진 통로쪽으로 난 창문만 하나 있었다. 겨울에 따뜻했고 부엌도 따로 있고 아늑한 곳. 그럼에도 가장 저렴했다.
요즘은 펜트하우스라든가 루프탑이라든가.... 하는 전망 좋은 곳이 인기가 많은데, 전망이란 시야가 트여 시원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본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것이라 어떤 권력을 느끼는 곳이라고 한다. 지하공간은 아무리 크고 넓다 한들 그러한 전망을 갖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이 카페의 지하는 그런 공간에 있다는 착각을 들게 한다. 마치 무대를 바라보는 객석처럼 좌석이 5층으로 만들어져 있고, 맨아래가 되는 바닥쪽에도 넓게 좌석이 있다. 맞은 편 벽은 모두 창문인데, 밖으로 난 낮은 창 아래 거대한 로스팅 기계가 있는 커피공장을 보이게 해놨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위에서 내려다보이고 창밖으로는 다른 세상이 보이니 영락없이 전망 좋은 카페이다.
왼쪽 벽면에는 우리가 차 한잔을 들고 앉은 것처럼 작은 화분들이 각자의 전구 하나를 갖고 자리잡았다. 그들도 아래를 내려다 보며 전망을 즐기고 혹은 권력을 느끼려나.... 작은 해를 하나씩 가졌으니 만족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