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카페이름을 방앗간으로 지은 이유가 뭘까? 의문이 들며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정답처럼 정면에 온갖 참기름 병들이 고소한 냄새와 함께 장식되어 있다. 커피 냄새가 아니라 참기름 냄새가 진동을 한다.
‘참새가 방앗간을 거저 지나랴’는 속담을 떠올린 것이 머쓱해졌다. 기꺼이 지나치지 않고 들러주는 참새가 되려고는 했건만. 커피마시러 온 김에 집에 다 떨어져가는 참기름이 생각나 한 병 사가는 것도 괜찮겠네 싶다.
잘 익은 밤색에 기름을 발라 놓은 듯 반질반질한 계단과 좌석들. 80년대 쯤 놀러갔던 친구집이 생각난다. 높은 천정이 아니면 구경할 수 없는 크고 화려한 샹들리에가 보석처럼 빛을 낸다. 어릴때라면 예쁘다고 넋놓고 바라만 봤을텐데, 문득 저기에 먼지가 쌓이면 어떻게 청소를 할지, 나무천정의 한 점에서부터 매달려 있는 무거운 유리장식인데 떨어지지나 않을지 쓸데없는 걱정이 든다. 대로변쪽 차고를 개조한 맨 아래층 공간에 지방의 이름난 특산품과 콘텐츠를 볼 수 있게 이벤트를 열어 전시를 하고 있다. 조그만 장터라도 열릴 모양이다.
오늘은 커피를 마실때마다 스며드는 참기름향이 마치 블랙코미디처럼 삶의 페이소스를 느끼게 한다. 미래의 어떤 날에는 참기름 병을 보며 이곳 커피를 떠올릴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