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동커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은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커다란 경기장에서든 작은 상자에서든 공을 가둬놓고 게임을 하는데, 예상대로만 움직인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부스스하고 게슴치레한 얼굴마담이 곳곳에 시그니처로 그려져 있는 카페인데 외관은 물론 입구부터 몹시 깔끔하다. 천정이 화려한 조명이면 주문대는 초록 단색. 벽과 천정이 단색이면 바닥엔 어지럽도록 화려한 장식타일. 반전이라기 보다는 반반 컨셉이구나 싶다. 여기는 경기장이 아니라 카페니까 말이다. 이 카페주인은 분명 어떤 스포츠의 열렬한 팬일 것이라고 상상해본다. 정정당당한 시합를 좋아할 것이고, 우천으로 취소되는 경기를 아쉬워했을 것이고, 응원하는 팀이 승리하면 어린아이처럼 좋아했을 것이라고….
그렇게 홀짝홀짝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득, 머그잔 안쪽 바닥에 있는 글씨가 여기 온 목적을 상기시켜 준다. 그렇네. 우린 음료를 마시러 왔지 하하. 커피맛도 드물게 상큼함과 묵직함을 동시에 갖고 있다. 남은 커피가 웃는 입모양처럼 보인다.
그럼요, 잘 마시고 갑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