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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마꼬 Jul 05. 2024

초1과 고3

- 아무도 몰라 -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이 내일 단원평가가 있다며 늦은 시간에 부랴부랴 문제집을 풀어나가고 있었다. 다 풀고 채점을 했다. 다시 풀어보라고 했는데, 또 틀렸다. 세 번째도 틀렸다. 그래서 내가 도와주고 싶었다.

  1학년만 3 년째해서 그런 지 나이가 들어서 머리가 굳은 건지 딱히 해결공식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위 문제를 봐. 대략 추측해서 풀 수도 있는 문제야."

   딸의 표정이 굳어갔다. 이해를 못 하겠다는 표정을 강하게 보여주었다. 내 나름의 설명을 세 번 했는데, 딸의 눈빛은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재수학원의 수학 강사인 아빠에게 SOS을 외쳤다. 그랬더니

  "봐~ xy가 있지?

   이건 분해공식이야"

   갑자기 딸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기 시작했다. 슬로모드로 딸의 우는 모습만 보였다.

  "엉엉..

   엄마, 아빠가 선생님이면 뭐 해?

   한 명은 초등학교 1학년이라 문제를 이해 못 하고, 한 명은 고3 수학이라 알아듣지 못하는 xy(엑스, 와이) 말만 하는데…!"

  이러면서 세상 다 잃은 듯 펑펑 우는데, 안쓰럽다기보다 초1, 고3이란 말에 웃음이 났다. 웃음 참으며 딸을 안아주는데, 혼났다.


  이참에 수학학원을 보내야 하나,

  딸 때문에 내년에는 6학년을 맡아야 하나...

  살짝 고민이 된다.


<딸이 친구와 함께 만든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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