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는 일에 관하여

-소월삼대목 1-

by 김병주

1.

시를 짓는다 말하는 사람은

사방에 주춧돌을 놓고 나무와 흙을 들여

공중을 가른다, 바깥은 너의 것

안쪽은 더더욱 너의 것

신을 벗고 들어서면 켜켜이 쌓인 발바닥들에 발등이 잠긴다

시를 쓴다 말하는 이는

그 효용을 비밀에 부치는 식으로 효용을 논한다, 머릿속에

천 갈래 만 갈래 실타래가 홀씨처럼 흩날리고

손금으로 나꿔챈 실오라기 하나 또 다른 손금이 된다

못 지낸 장사를 제대로 지내려

맨 먼저 두건을 고쳐 쓰는 것과 같은 일

2.

이제는 지나치게 보기 힘들어진

향 풍기는 약방 노인이 부자, 주사, 감초 따위를 포제한다

마당의 독 바닥에 지네 서넛 꿈틀댄다

소녀도 여름도 온데간데없어

약오른 만큼 몸뚱이 큰 지네가 제풀에 스러질 날

머지않았다, 하루이틀이면

못 찾게 된다, 노인은 호랑이처럼 연기를 내아뱉고

느린 발로 자주 들를 객을 위해

빌린 담 안에 까치밥 같은 잠을 널어놓는다

무엇이든 볕에 말리고 볼 일

3.

두엄더미에 두꺼비 하나 납작 나브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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