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의 힘

-소월삼대목 2-

by 김병주

오다가다 마주칠, 옆에 붙은 동네에서

나는 너를 오랫동안 미워하였다

내가 부끄러워서, 미워하기로 했다

층계참에 난 발자국 하나에도 치를 떠는 동안

오르지 못한 나무가 내린 그늘이 점점 자랐다


불을 못 만난 칼은 제멋대로 벤다고

아랫집 고추 말리던 할매가 이야기했다

사월에도 살이 에일 지경인지라

이제 주차장에는 오가는 사람 없고

기름때 탄 손이 주인을 찾는다


아침부터 저녁을 기다린다는 공공연한 비밀

늘 먼저 낸 결론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그늘을 켠다, 술 없이 못 넘길 정도는 아니라

네가 지은 밥은 늘 작은 돌을 숨겨놓으니

오늘도 그걸 찾느라 난 진땀 흘릴 것이다


문득 네가 말을 건다, 나에게

발이 걸려 넘어진 말, 다른 말의 팔 부여잡고 일어선다

말이 목을 축인다, 한 번도 축여보지 않은 것처럼

벌겋게 열 오른 부끄러운 얼굴이

결단코 물 위에 비치질 않는다


아무래도 이 밤이 편하지는 못할 성 싶으니

우리 오늘 가서 한 번 더 가열차게 미워하자

무르익은 자리 만들려 그릇끼리 서로 부딪힌다

어느 하나 깨어질 때까지, 되살릴 길 없이

취객들은 바닥에 떨어진 손을 얼굴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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