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

-소월삼대목 16-

by 김병주

일할 때 조금 더 큰 문 앞에 있다

누워서 조금 더 작은 문으로 든다

어쩌다 서가식동가숙(西家食東家宿)이 되었다만

그럼 어떠랴, 그리운 사람 한 번 더 주워 담으려고

문 앞에 장사진들을 친다

누웠으나 앉았으나 섰으나 다 같은

사람, 줄 안에선 더욱 그렇다

비가 꽝꽝 내리치다 퇴근 즈음 잠잠한데

해는 아직이다, 공사장 앞은 매미 소리

담 바깥이 아득히 더위 오를 걸 알아

사람들 쉽사리 나오질 못한다

몰라도 닮았고

몰라서 달랐던 것 두고 나온 길은

구름 반대 방향, 매섭도록 날쌔다

지붕 없이 문들이 선다

층층이 검은 빛으로

불 켜기 시작하는 창들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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