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야제

-소월삼대목 19-

by 김병주

지구가 솔방울한테 떨어진다

하늘이 멀어지고, 저녁이 된다

덜 익은 것만 떨어

진다, 경사로에 떨어진 솔방울들

모이지 않고

제각기 구르는 만큼 해를 밀어낸다


오전이라는 세상은 견딜 수가 없다

이슬 마른 자리에 곰팡이가 끼기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없을 거다

잎은 아직도 강마른다

도로에 울부짖는 소리, 에미애비 욕하는 소리


아직 안부를 묻지는 않겠다

철 지난 신발로 내디디는 만큼 입이 마른다

모이는 것에도 모여든 것에도

틈이 있다, 숨이 거친

나무가 멀어졌다

뒤안에서 잠깐 피던 연기가 섞이며


해를 꺼트린 곳에서는 듣는 일도 소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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