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지는 것들에 대해

-소월삼대목 20-

by 김병주

오후의 시작의 시작

한적하지도 불타지도 않는

가로수보다 꼿꼿하게 서있는

재판소 앞, 초등학생들이 지나간다


어젯밤의 시장은

멀리 있다, 지금

내가 알던 친구의 머리칼에

퍼런 호수의 물이 들고


볕 속에서 우산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두고 온 것들만 커지고

밀려난다, 인사를 나누는 일은

한참 뒤다

길가의 온 짐승이 웅덩이를

찾지만


오늘은 어디에도 없다

설익은 감꼭지가

초침처럼 내리박힌다

햇볕보다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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