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제동 뒤편에서

-소월삼대목 18-

by 김병주

우리는 마신다, 새벽이슬을 아침에

또 한바탕 차를 타고 갈 저녁에

모아두고 아껴둔 것 동날 것을 알기에

교복과 양복들 걸어가는 틈으로

앉아서 마시고 또 마신다, 추레한 만큼


우리의 젖줄은 외상이다, 열두 시 넘어 들어오는 쩜사

또 하루 일용할 양식을 너의 손에서 나의 손으로

맘만 맞으면 종일도 할 수 있는 대화처럼

맘이 맞아 종일도 할 수 있는 대화를 꿈꾸며

잔이 오가고 병이 쌓인다, 소란한 길바닥에서


우리는 일한다, 새벽이 아침이 되도록

쉬지 않고 구르는 기계에 올라타야

또 하루 숨 쉴 값 지불할 수밖에 없어서

떠돌이 개랑 나는 법 잊은 비둘기들 틈으로

들어가 마시고 또 마신다, 노곤한 만큼


우리의 호흡은 가쁘다, 자꾸만, 목 짧은 돼지도 아닌데

하늘을 못 올려보고 어둠으로 치른 설익은 시간 달아나고

욕지거리에 기대어야 붙잡아둘 수 있던 내일처럼

욕지거리에 기대서라도 붙잡아두고픈 내일로

잔을 채우고 병을 비운다, 어느 낡아빠진 골목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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