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삼대목 36-
I
오, 빵이여, 우리 모두의 죽음이여
II
오늘 하루 우리 먹을 것이 칼을 썰어 낸다
함부로 손으로 떼어내선 안 된다
칼이 양식이 되고
입안에 피가 흐른다
배를 채운 모두가 오전 전투에 나선다
더 단단한 신발로
다른 땅에 가기 위해
피할 수 있는 일도
피하지 않고 몸을 욱여넣는다
고른 치아들이 칼날을 누른다
다른 땅에서처럼
뭉쳐있는 이들로부터 올이 풀린 사람 하나하나 골라내고
쌀 대신 밀
소금 대신 설탕
낱알 대신 가루를
다른 땅에서 뺏어와 오늘의 먹을 것에 더한다
그편이 덜 괴로우니
그들이 먹을 빵과 우리가 먹을 칼은 다르다
그러나 우리는 이때만큼은 모두 여자다
프레스기에서 새로 태어난 여자들은 기름부음을 받는다
프레스기에서 새로 꺼낸 여자들은 돌로 만든 묘비로 다시 지그시 눌러준다
거기가 그들의 새 집이다
참으로 다행이다
모래 밑 두꺼비처럼
여행을 꿈꾸는 일처럼
그동안 아직 여자가 못 된 이들은 남의 땅을 자기 것 삼으려 더 빨리 나선다
돌 아래 한 자리 차지해 눕기 위해
영묘에 잠든 황제와 그 충직한 시민들처럼
외지에서 온 검투사들을 제물로 삼기 위해
III
제주에서는 제사상에도 빵을 올린다지
사월은 아무 일도 없이 그저 다도해로 지나가고
죽은 사람과 죽어가는 사람
육지 며느리와 섬 며느리가 상차림을 마주 두고
서로 반대되는 꿈을 꾼다
남의 땅으로 가는 과정은 모두 죽어가는 연습이다
죽는 여자는 그 순간 살기를 원하고
죽어가는 여자는 매 순간 죽기를 원한다
차라리 전자가 덜 괴로우니
죽은 몸뚱이는 더 나눠 먹기가 쉽다
땅 안팎에 금을 긋고 물을 채우는 사람
물 아래로 굴을 파서 길을 뚫는 사람
둘 다 두렵고 둘 다 어딘가로 벗어나길 원한다
어디에도 나만을 위해 마련된 누울 자리는 보이질 않다만
자격을 얻을 때까지 뺏어든 빵은 먹어야겠고
하루하루 입에 먹을 것 욱여넣어야 한다는 예의 그 훈련된 무심함으로
위대한 반죽을 빚는다
남은 오후를 더 날카롭게 자르기 위해서
이를 먹지 않는 이는 미친 사람일지니
사서에는 연대도 기록되어있지 않고
먼저 죽은 사람만 병이 나아 타지에서 일자리를 구한단다
“그러니 상여소리는 그만 불러야지 않겠니”
IV
기름도 밀가루도 시간이 지나면 흰 눈처럼 소복소복 쌓인다
마침 겨울에만 죄지은 사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