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삼대목 37-
모두가 꺼리는
장마보다 음습한
구름에 너무 가까이 맞닿은
안개라도 끼면 더 선명해지는
날파리 한 마리도 안 날아드는
마음마저 가난한 골목 가장 깊숙이 햇빛도 들지 않는 검붉은
주변 집들에서 뚝 떨어져 밤이나 낮이나 살쾡이눈 번뜩거리는
눈이 내리면 지붕이나 담장에 쌓이지도 않고 공중에서 사라져버리는
이사 떡을 돌리던 수다쟁이 늙은 여자도 차마 그쪽으로는 발을 못 딛던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고정된
평소에는 지나치게 고요한
아주 가끔 예기치 못할 때 느닷없이 쾅 부딪히는 소리나 단말마로 내뱉는 비명이 외마디로 들려오기도 하는
오밤중에 어둑시니 곡소리 들릴락 말락 속이 끊어지도록 울리기도 하는
언제부터 왜 거기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커지는
주변에 다다르면 알게 모르게 방금 자른 알싸한 풀 향기 풍기는
나무가, 가지도 잎도 없이 기둥만 미끈한 나무가 한 그루 자라는
가을이면 낙엽을 전부 바람결에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지만 결코 안으로 들이지는 않는
문은 늘 굳게 잠겨있는데 그 틈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안에 살아있는 것이 움직이는듯한
어느 순간 그것이 자기를 처음부터 응시해오고 있었음에 소스라쳐 도망치게 되는
그러곤 새벽이면 말도 없이 사람들 자는 곁으로 건너와서 깨기 직전까지 지켜보는
일전에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것들이 담을 넘어 들어가 놀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하필 내가 학교 갔다 오는 바로 그 길에 있어 께름칙한
다른 곳으로 돌아갈 수도 없어 매번 마주쳐도 익숙해지지 않는
한번은 온 골목에 불이 퍼져 가옥들이 대부분 전소되었는데도 홀로 멀쩡했다는
그러나 사람들이 감히 부수어버릴 생각도 못 하는
그래도 저 집이 혹시 외롭고 따스한 속내를 지하실 깊이 숨기고 있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표독스러운 얼굴을 드러내며 다시는 그런 생각 못 하게끔 일가 삼대를 참살 내버리는
제발 사라져버리라고 울며 고함치며 돌을 던지면 내 뒤통수에 대고 웃으며 똑같이 고함치고 돌을 던지던
참다못한 골목의 평범한 사람들 하나둘 이사 가게 만드는
이사 가던 날 옮긴 흔적도 없이 새 동네까지 따라온
그 후로도 몇 번이나 집을 옮기고 학교를 졸업했지만 그때마다 늘 바로 곁에 와서 내 심장 소리 훔쳐 듣는
경멸당하는듯한 비참한 느낌마저 안겨주는
교통사고 현장 시체보다도 흉한
아직도 매일 대면해야 하는
잊으려 할수록 떠오르는
가장 안 입는 옷 같은
전설 같은
그런
나를 자꾸만 내몰며 숨차게 옥죄는, 오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