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삼대목 39-
자고 일어나면 눈동자가 한 치 더 자라 있다
밤마다 부둣가로 귀머거리들이 삼삼오오 모여들며 고함을 질러댄다 예로부터 눈동자 밑바닥까지 가라앉은 달을 건져 올리는 일은 그들의 몫이었다
귀머거리들은 눈에 돋은 실핏줄을 그물 삼아 파도가 거친 눈동자의 중심으로 조업을 나간다
이따금 너무 서툴거나 나이든 귀머거리가 자욱한 해무(海霧) 속에 영영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우연일 뿐 누구의 탓도 화를 낼 일도 아니다
인양을 마친 귀머거리들은 부둣가로 돌아와 파도 소리로 빛바랜 청자 같은 달을 닦아낸다
달을 닦는 일에 귀머거리들은 사력을 다한다 오랫동안 가라앉아 물을 먹은 달은 쉽게 바스러지기에 이때만큼은 귀머거리들도 말을 아끼며 조심한다
평생을 닦다 보면 막힌 귀가 트이고 눈동자도 가라앉는다는데
파도 소리를 덮으며 자욱해지는 해무 탓에 달빛도 여간 닦이질 않는지 다시금 귀먹은 고함 소리만 높아간다 낯익은 귀머거리들이 다시 눈동자의 중심으로 가는 동안
자고 일어나면 모아서 내건 달이 한 치 더 자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