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삼대목 51-
-옥타비오 파스에게-
시인은 글이 앓는 숙명
돌바닥에 휴식하는 행인이
너의 눈동자에 말을 씌운다
이미 내뱉어진 말
우정과 주관이 새벽을 되풀이하기 위해
몸을 섞는다
어린 여자아이 안에서
여명의 마지막은 늘
움직이는 것으로 남는다
날이 선 말
시큼한 말
신비롭게 손으로 느껴본다
볕에 양껏 달궈진 돌을 향해
짝수 홀수 보조를 맞춰
너의 이름을 발사해본다
봄은 독백으로 다가오고
침묵의 새가
새로운 얼굴의 연인들과 그 두 개의 몸뚱어리를 응시한다
잠깐 사이 세상에
흩어진 돌멩이들은
불면의 기록 노트다
그 많은 날 하나하나
시간 그 자체로
합일한다
지축이 부르는 애도의 노래
귀향은
이 말의 중간쯤 어딘가에 서있다
(*이 작품은 옥타비오 파스의 시집 ‘태양의 돌’ 목차에 나온 시제들을 변주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