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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뱅이

-소월삼대목 54-

by 김병주

아무도 한눈파는 법을 가르치진 않는다

의사도 판검사도

다들 왜 이 모양 이 꼴인지 짐작을 못 한다

지는 해는 자기가 더 안타까워

불그죽죽 발을 굴러도

하늘에 뭣이 걸렸든 상관 않는

사람들 담장을 쌓는다

제아무리 담쟁이도 못 기어오를 거울 담장을


습한 도심 위로 까막까치 한 쌍

이 나무 저 나무 빙빙 돌다

한 둥우리에 봄잠 조는 모습을 보았다

바로 저것!

아니나 다를까 기어올라 엿보니

막 크는 알들 사이로

때도 아닌 별꽃이 혀를 쏙 내밀고 숨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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