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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지(Elegie)

-소월삼대목 53-

by 김병주

비에

피 묻은 이름들 씻겨간다

땅에 진 흉터


마을에

물을 거슬러 열목어 몰려든다

하늘 잃은 구름


석상들

잘린 목으로 드러눕는다

갈색 풀벌레 소리


노인들

잔뜩 가래 껴 기침한다

둥글게 마른 낙엽


가자

멀리 원뢰(遠雷) 숨 쉬는 곳으로


가자

사람들 고개 숙여 관목 되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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