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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길

-소월삼대목 56-

by 김병주

구겨지는 일은 늘 엄숙하다

플랫폼에 볼썽사납게 허우적대는 태양, 거기에

휘말리지 않도록 우리는

어머니들의 자궁을 굳게 포장한다


방금 그 길목은 한때 잘 알던 곳

일전의 난폭한 사람들은 유순한 회양목에

가려진다, 갑자기 그 가운데

내가 쉼표처럼 느껴진다는 생각


원시보다는 근시가 흔하다

먹빛 창 너머 주인 없는 집 몇 채

들판을 먹고 있다, 끊임없는 능선의 흐름

폐소공포증을 일으킨다, 그러나


우리를 침범할 것은 없다는 소문

다쳐 쓰러진 사람을 구경하는 유희도 한때, 더위에

팽창하는 타이어 소리 한가득

귀향을 흔들며 물기를 뺀다


중도하차자 몇몇을 바삐 잊고

이제 얼마 안 남았다, 나 또한

거울을 보지 못한 지 오래이니

흐르지 않고 깨질 때까지 나아갈 수밖에


오후의 태양이 지붕을 흔들고

눈 아프게 퍼지며 나를 쓰러져 잠들게

하는 그 순간, 기쁘게도

우리는 하나라는 머나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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