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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가계(家系)

-소월삼대목 58-

by 김병주

기꺼이 가누지 못할 짐을 진 사람

더욱 짓누르는 기침

가로등이 단 하나 있는 밤

이 사나운 배경

당신보다 커다란 가방

굽은 척추와 남은 찬거리

도둑처럼 웅크려 빈속에 욱여넣다가

울컥



소파 구석에 비듬 덕지덕지 낀

흰머리

넘쳐흘러

계속 넘쳐흘러

집이 뒤덮이고

집 밖에도 차오르고

어느새 일어나 낡은 가방 뗏목타고

어제와 같은 부연 배경 속으로

울며 웃으며 있는 힘껏 기침하며

노 저어 가는 동안


새해 선물로 아들 심어준

농익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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