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삼대목 61-
정말 추운 곳은 눈이 오지 않는다
집보다 낡은 불빛에도
나방이 모이지 않는다
간밤에 널어놓은 빨랫감들이 산산이 깨진 채
피부 갈라터진 주목이 해산한 눈망울들과
어지러운 길바닥에서 서로 부둥켜안는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던 가래기침이
혼자 키만 키우는 주목을 타고 오르면
오후의 거대한 나무 그림자가 두텁게
쬐그마한 굴뚝새도 없는 숲을 칠한다
눈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물들 틈으로
막연히 촉각을 곤두세우는 각자만의 방
부서진 빨랫감들을 훑어보던 여행객
이내 몸서리를 치며 멀리
눈보라 치는 곳으로 뛰는데
정말 추운 곳은
말이 입에서 땅으로 낙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