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삼대목 60-
구름은 솜이불처럼 두툼하게 쌓였는지
바람은 불지도 않고 가만히 웅크렸는지
가로등은 유난스럽게 혼자 서있었는지
귀뚜라미들은 일찍부터 쩌륵쩌륵 몹시도 울었는지
하늘은 해지고 밤이 깊어도 연분홍빛이 감돌았는지
공원은 오래도록 사람 흔적도 없었는지
깔창은 가는 모래를 더 많이 들였는지
나무들은 소슬소슬 생채기 가득한 몸을 몰래들 떨었는지
똑같은 길은 더 멀고 어둑하게 다가왔는지
철도 아닌 자귀꽃은 하르르 목을 떨궜는지
낯익은 얼굴 하나 엉엉 울며 다리를 절뚝이며 골목길로 숨어들어 갔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