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2

-소월삼대목 86-

by 김병주

일찍이 너의 사소함이 나를 부르기 시작했을 때

나의 사소함을 불러볼 모래도 먼지도 눈에 띄질 않아

참으로 오랫동안 우두커니 앉아만 있던 기억이 난다

나를 부르던 너의 사소함은 대를 건너 물려 입은 코트처럼

옷자락이 해져 있었다, 발문처럼 또는

눈발처럼 보풀이 일어나고 있었다

너를 입은 사소함은 눈이 내리면 내리는 대로

비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맞으며 버틴다

그 모습 안쓰럽기에 짝이 없으나

너와 내가 서로 부르는 일이 모래와 먼지만큼 사소하다면

그 모든 밤의 밝은 밑바닥 또한 얼마만큼의 사소함으로 남아 서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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