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을 맞아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다녀왔다.
어릴 땐 '복날'의 의미도 잘 몰랐고, 특별히 챙겨야 할 날이라는 생각을 못 했다. 그냥 집에서 삼계탕이나 보양식을 먹는 날 정도로만 여겼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다르다.
무더운 여름날 떨어진 기력을 보충하고, 남은 한 해를 살아갈 힘을 채우는 일. 어른들에게 여름날 한 끼는 단순한 한 끼 이상의 중요성을 가진다.
사실 밥은 무얼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먹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손주와 딸 입에 음식이 들어가는 걸 보고 나서야 한 술 뜨는 할아버지의 따뜻함이, 잘 익은 고기는 본인 접시보다 무조건 손주 앞에 놓아주는 할머니의 애정 어린 손길이 그 어떤 복달임 음식보다 효과가 직빵이다.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들이 보양식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이 듬뿍 담긴 그 한 끼가 내 마음과 몸을 채워주는 건 확실하다.
분명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방문인데, 지나고 보면 나의 행복, 나의 회복을 위한 일이 되어 있다.
안부를 묻고 안색을 살피러 간 건데, 정작 더 많은 위로와 힘을 받고 오는 건 나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늘 그렇게 주시기만 한다. 받으려 하지 않으시고, 계속 주시려고만 한다.
나에게 초복, 중복, 말복은 핑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우리 가족의 행복이다.
함께 앉아 밥을 먹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그 시간이다.
복날 음식이 우리 몸의 기력을 보충해 준다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우리 마음의 기력을 보충해 준다.
올여름에도 복날을 핑계로 가족들과 함께할 시간을 만들어보자. 어떤 음식을 먹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먹느냐가 진짜 보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