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울 때 멈춰야 하는 이유

by jaeik

아쉬울 때 멈춰야 하는 이유

오늘부로 휴가가 끝났다.

체감상 이제 한 3일 쉰 것 같은데, 내일이면 일상에 복귀해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휴가가 시작될 즈음에는 여러 가지 계획도 세워놓고 하고 싶은 것도 참 많았던 것 같은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심지어는 그동안 미뤄뒀던 일들을 하느라, 친구를 만나느라 일할 때보다 더 분주한 적도 있었던 것 같다.

특별할 것 없고 그냥 흘러가듯 지나간 휴가지만, 그래서 더 나답게 온전히 쉴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릴 땐 좋은 곳에 놀러 가고 맛있는 것을 먹어야 기억에 남는 특별한 휴가라고 생각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멋진 풍경, 맛집 인증샷, 뭔가 대단한 경험들이 있어야 '제대로 된' 휴가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냥 특별한 곳에 가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아도, 그냥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어놓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저번에 가보고 싶었던 카페를 같이 가는 것처럼 소소하지만 평소에 못 했던 일을 하는 게 최고인 것 같다.

늦잠 자고, 멍하니 천장 바라보고, 보고 싶었던 영화 몰아보고, 하루 종일 누워서 빈둥거려도 보고

그런 것들이 어떤 여행보다 소중하게 느껴졌다.

아무 계획 없이 집에서 빈둥거리는 시간, 친구와 별것도 아닌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었던 시간들.

이런 게 진짜 휴가구나 싶었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내일이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아쉽고 미련이 남기도 한다.

조금만 더 쉬면 안 될까? 하루만 더 늘려볼까? 이런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아쉬울 때 멈춰야 다음에 또 찾아오는 '쉼'의 시간이 더욱 값질 것을 알기에, 나의 여름휴가를 이쯤에서 보내주려 한다.

좋은 것은 아쉬울 때 멈춰야 한다고 했던가.

너무 오래 쉬면 쉼의 달콤함도 무뎌지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도 더 힘들어진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딱 이 정도의 아쉬움을 안고 휴가를 마무리한다.

내일부터 시작될 일상이 조금은 무겁게 느껴지지만, 이제 나의 여름휴가에게 작별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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