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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의 창

번뇌를 끼고살면 지옥이고,웃음을 곁에 두면 천국이다

가진 것 다 풀면서 가면,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진정한 자유는 베풀기다.

by 정유지

번뇌를 끼고 살면 지옥이 따로 없고

웃음을 곁에 두면 천국이 따로 없다

마음을 내려놓으니

발걸음이 가볍다

- 정유지의 시, 「도道」 전문

오늘의 화두는 ‘길’입니다.

주역周易에서는 64괘를 통해 사람이 인생의 굽이 굽이에서 마주칠 수 있는 길엔 64가지 유형을 밝히고 있습니다. 주역 64 괘는 그 64갈래 길이 각각 어떤 모습으로 펼쳐지는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김상미 시인의 「검은숲」을 통해 길의 주인공을 다음과 같이 어필하고 있습니다.

"내 생의 모든 것들 네가 다 가지렴

그 뒷면 어디쯤, 혼자서도 노랗게 피어나는 민들레꽃,

그 악착같은 아이덴티티도 모두 네가 가지렴"

- 김상미 「검은숲」 일부


내가 가지고 있는 특권과 위치를 모두 넘겨주고, 굴레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그는 분명 행복한 존재임을 김상미 시인은 어필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 길은 내가 베풀며 평생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내가 소유하려 했던 것들을 내어줄 수 있는 존재가 그리 많지 않겠지요. 인간이 본래 갖고 있는 소유하려는 욕구는 번뇌를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이라 합니다.

지구라는 녹색별에 놀러 와서 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지요. 놀다가 떠나면 다 부질없는 과거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베풀어줄 수 있는 위치에 서 있으면 아낌없이 나눠줘서 언젠가 내가 꼭 필요할 때 나를 도와줄 내 편 한 명 정도는 만들면 좋겠지요.


지금 내가 가진 능력의 일부를 나눠주지만 상대방은 배려받은 것만큼 등 기댈 언덕을 통해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한 번 베풀면 끝이 아니라 인연의 시작이 된 셈이지요. 가장 목마를 때 제일 먼저 찾는 한 모금의 생수처럼 평소에는 그저 평범한 물이지만 목마른 누군가에게는 생수와 같이 귀한 존재가 되면 얼마나 좋겠는지요. 지금 나의 길은 어디쯤 와 있는지 점검해 봅니다.


번뇌를 끼고 살면 지옥이 따로 없고 웃음을 곁에 두면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번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은 오직 하나입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도량을 지니고 있으면 됩니다. 그릇의 크고 작음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릇의 크기를 논할 때가 아닌 이미 그 시기를 추월했기에 번뇌의 원인이 되는 짐을 내려놓아야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인생의 짐이란 무얼까요? 돈, 사람, 명예, 건강 등입니다. 인생의 짐은 욕심에서 비롯됩니다.

비가 올 수 있다는 일기예보를 들었음에도 외출할 때 우산을 미처 챙기지 못한 누군가를 위해 불쑥 우산을 씌워줄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사는 길을 선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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