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창으로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로 시작되는 문구를 보고 한참 고민고민하다가 도대체 무슨 내용인가 싶어 클릭을 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감사感謝했습니다. 오늘부터 절에 들어갑니다. 평생 무신론자이었다가 깨달음을 얻고 부처님을 뵙고자 절에 들어갑니다. 절 이름은 만우사萬愚寺”
“캬악!” 웃음소리를 냈습니다. “아이코, 속았네. 오늘이 만우절이구나.”
문자의 서두에, 불가佛家에 귀의했다는 뜻의 문자를 보며 나도 모르게 눈가에 촉촉한 눈물이 스며들었습니다. 그런데 말미에 어디서 많이 보던 절 이름 ‘만우사萬愚寺’라는 문구를 보는 순간, 찰나 스며든 눈물이 금세 마르고 웃음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속고 속이는 세상이라고 어느 시인의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악의가 없는 거짓말이 딱 하루 용인될 수 있는 날, ‘만우절’입니다. SNS에 '북한 갱도에서 김정은의 사망' 소식이 떠돌아서, 확실히 만우절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만우절萬愚節(April Fools' Day)은 매년 4월 1일,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재미있게 남을 속이는 날입니다. 거짓말뿐만 아니라 청개구리처럼 반대로 행동하기도 하며, SNS에 유쾌한 장난을 쳐놓기도 합니다. 친한 친구 사이에 장난을 즐기는 날입니다. 만우절 풍습은 16세기 중세시대 유럽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불란서에서는 만우절에 속는 이들을 일명, ‘푸아송 다브릴(Poisson d’avril)‘이라 부릅니다. ‘4월의 물고기’라는 뜻인데, 당시 ‘4월에 물고기가 유독 잘 낚인다.’에서 유래했습니다.
만우절에, 속으로 짝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하는 이들이 있으며, 장난인 경우도 있지만 의외로 진심이 숨겨진 경우가 있습니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만우절이란 이유로 자기만의 논리를 만들 수 있긴 하지만 상대방은 만우절 고백이 장난이 아닌 진심인 걸 알기 때문에 알고도 그냥 넘아가 줍니다. 술을 먹고 용기를 내어, 상대방에게 진심을 고백하는 이들처럼, 만우절이기 때문에 진심을 고백하는 이들이 있는 경우입니다.
만우절이라고 할지라도, ‘타인에게 심각한 민폐를 끼치게 되는 부도덕한 장난들은 법적 처벌까지 받을 수 있으므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금지행위’ 임을 알리는 글들이 보입니다. 그러나 '달콤한 거짓말'은 얼마든지 하는 날이길 바랍니다.
삶에 지친 이들에게, '달콤한 거짓말'도 좋으니 이들을 위한 벚꽃 이벤트를 펼치는 만우절을 생각해 봅니다. 절에 오늘 한 번 가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