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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의 창

동백은 은은한 향기를 꽃피우며, 동박새를 기다린다.

동백꽃은 소녀의 입술로, 동박새 울음 따라, 땅 위 꽃상여로 피어난다

by 정유지


첫사랑 흰눈 사이

입술에서 한 번 피고

동박새 울음따라

봄 피던 즈음 두번


언땅에

떨어져 세 번

꽃상여 앞 소리길

- 조선영의 시조, 「세 번 피는 동백꽃」 전문

오늘의 화두는 ‘동백冬柏꽃’입니다. 부산의 대표적인 꽃 중 하나입니다. 이미자의 애틋한 노래 ‘동백 아가씨’가 창 너머로 들려옵니다.


인용된 조선영 시인의 「세 번 피는 동백꽃」은 동백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조선영 시인은 세 번 피는 동백꽃을 다음과 같이 노래합니다. 첫 번째 동백은 하얀 눈 내리는 겨울녘, 첫사랑 소녀의 붉디붉은 입술로 피어납니다. 두 번째 동백은 동백나무를 지키는 동박새 울음소리에 맞춰 봄을 알리며 피어납니다. 세 번째 동백은 아직 녹지 않은 언 땅 위로, 허무하게 통으로 떨어져 마지막 가는 꽃상여 같은 삶으로 피어납니다. 동백꽃을 ‘소녀의 입술’, ‘동박새 울음소리’, ‘꽃상여’로 연결 짓는 조선영 시인의 창조적 상상력이 참으로 탁월합니다.


해운대 동백섬, 여수 오동도가 동백꽃으로 유명합니다. 동백꽃은 가슴속에서 피고, 나무 위에서 피고, 땅 위에서 세 번 피는 꽃입니다. 동백꽃은 사랑하는 사람의 심장 속에서 피어납니다. 동백꽃은 겨우내 나무 위에서 붉디붉은 자태를 선보이며 피어납니다. 봄을 알리는 그 향기에 취한 동박새가 찾아듭니다. 땅 위 통째로 떨어져 있어도 변함없이 향기를 꽃피웁니다. 한편 애기동백은 낱장으로 떨어집니다.

동백나무의 꽃. 특이하게 경칩 쯤 되어야 피기 시작하는 다른 꽃과는 다르게 이 꽃은 경칩이 되기 훨씬 전부터 피어납니다. 대략 11월 말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서 2~3월에 만발하는 편입니다. 이 시기에는 공기가 차가워 곤충이 별로 없기 때문에 수정을 꿀벌 같은 곤충이 아닌 새에게 가루받이를 맡기는 조매화鳥媒花입니다. 동박새가 동백꽃의 꿀을 가장 좋아하므로 동박새는 동백꽃의 전령사이기도 합니다.

동백꽃은 한 번에 통째로 떨어진다고 해서, ‘선비화’라고도 불립니다. 붉은 동백의 그 은은한 향기가 밀려오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변함없는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그는 동백꽃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백꽃은 동박새와 서로 공생관계입니다. 동백숲을 흔드는 동박새의 노랫소리가 된바람과 함께 숲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거스를 수 없는 유혹의 노래입니다. 동백꽃처럼 선명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마다, 동박새 같은 존재가 필요합니다. 동백꽃의 꽃말은 '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한다'는 진실한 사랑을 의미합니다. 동백꽃은 엄동설한에도 꽃을 피우기 때문에, '청렴', '절조' 등을 상징합니다.


누군가의 동박새가 되어, 아름다운 기다림의 대상으로 거듭 태어나는 귀한 존재들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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