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화두는 ‘득음得音’입니다. 노래나 연주 솜씨가 매우 뛰어난 경지에 이르는 것을 말합니다. 즉 소리의 이치와 원리를 깨쳐 궁극에 이르는 것입니다. 소리의 시작은 침묵에서 시작해서 침묵으로 끝납니다. 마음의 문을 열어야 비로소 건강한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득음은 나 자신이 발화자가 되어 경지에 오르는 것과, 나를 포함한 상대방 이야기를 잘 이해하는 수화자의 경지에 오르는 것 두 가지의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건강한 소리는 마음 안에서 발화의 씨를 뿌려, 그 기운을 배꼽 아래 모으게 됩니다. 육체의 발성 기관을 통해 육화 시켜 독특한 개성의 소리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거칩니다. 몸이 쇠하게 되면, 건강한 소리도 그만큼 약하게 됩니다. 내 마음 안에 생성된 침묵의 소리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우주, 인간과 자연에 이르기까지 소통하는 중심체가 됩니다.
판소리의 대가들은 폭포를 득음의 장소로 잡고, 소리를 익혔습니다. 씩씩한 물소리를 따라잡는 소리의 경지를 터득한 것입니다. 음정이 불안하거나 고음이 불안하다면 득음의 경지를 더 익혀야 합니다. 굵은 음이 밑바탕에 깔리고 고음으로 올라갈수록 시원하고 맑은 소리가 터져 나올 때, 득음의 경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음의 단계에서 흔들리지 않고 계속 지속할 수 있느냐?’ 여부도 중요합니다.
소리꾼으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매미입니다. 득음의 대명사로 불립니다. 매미는 땅속에서 최소 7년에서 최대 17년까지 유충으로 지내다가, 땅 위로 나와 나무에 올라갑니다. 땅속에서 이미 존재적 자각을 통해 순환의 원리를 깨닫습니다. ‘생성-성장-소멸’의 단계를 누구다 먼저 깨닫습니다. 황금빛 매미가 허물을 벗고 날아가는 금선탈각金蝉脱殻을 한 후, 성충 매미가 되어 한 여름밤을 뜨겁게 달구게 됩니다. 짝을 짓기 위한 처절하고 피 터지는 구애求愛의 노래가 울려 퍼집니다. 땅속에서 충전한 모든 에너지를 소리에 쏟아붓는 가히 득음의 경지에 도달한 소리입니다. 짝짓기가 끝나면 수컷매미는 죽습니다. 암컷 매미는 땅속에 알을 낳고 죽습니다. 단 한 번의 소리를 위해 생애를 바친 삶과 비유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명창, 가수, 성악가, 음악인이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소리의 대가들이란 점입니다. 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 자체는 그만큼 득음의 단계를 뛰어넘은 존재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깊은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자기 자신에 대한 존재적 자각이 매우 필요합니다. 침묵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자는 경청의 대가가 되고, 이어서 득음의 대가가 될 수 있습니다. 진정한 득음의 대가는 경청의 대가이기도 합니다.